▲ 김태균 칼럼니스트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전) 민주당 국제국장·민주당 부대변인
▲ 김태균 칼럼니스트
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전) 민주당 국제국장·민주당 부대변인

【투데이신문 김태균 칼럼니스트】 지난 9일 KBS1 교양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방영한 “범죄자가 당신을 진료하고 있다. 불멸의 의사 면허” 편을 보다가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추적 60분’의 내용에 따르면 강간,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버젓이 의료 행위를 지속하고, 심지어 환자에게 마취제를 포함한 혼합 약물을 주사한 뒤 사망에 이르자 시체를 한강에 유기했던 의사도 면허 재교부를 신청했다고 한다.

일부 의사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최영의 전 국회의원은 2011년 성범죄자는 의사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뒤에 엄청난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다시는 아파도 병원에 올 생각 하지 말라.”

“병원에도 못 가고 죽을 것이다.”

“왜 모든 의사를 범죄자로 보냐.”

“모든 국민의 손해는 당신들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의료인의 징계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이렇게 말했다.

“의료인을 타깃으로 마녀사냥을 하려는 의도다. 의사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아니냐.”

급기야 지난 11월 15일 서울신문은 파주의 한 정형외과에서 환자 두 명이 사망했는데 이곳에서 대리수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추이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대리수술 의혹은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돌던 뉴스였다.

최근 법원이 의료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의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사건이 있었다. 가수 신해철 씨의 수술 사망 사건에 이어 형사적 처벌이 이뤄진 흔치 않은 일이었다. 대한의협 회장단은 10월25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을 방문해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가졌다.

“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판결이다.”

“최선의 진료를 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하는 건 부당하다.”

“이번 판결로 의사들 사이에서 방어 진료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다. 국민은 의사의 노고를 알며, 의사에게 존경심을 지니고 있으며, 의사의 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이로 인해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의사를 믿어 왔다. 위에 열거한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태도가 그 신뢰에 대한 응답이라면 실망이다. 2000년 이후 의료법 개정 법률안이 19건이나 제출되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 의료전문가의 외침이 귓전을 때린다.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한다. 현재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

환자는 의사의 인술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의사 역시 환자의 신뢰를 잃으면 의사라 할 수 없다. 이대로 간다면 의사들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의료법 개정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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