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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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ives matter

올해 초,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의 주범 에드거 레이 킬런(Edgar Ray Killen)이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미시시피 버닝은 1964년 미시시피 주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하 흑인)의 참정권을 알리고자 방문한 인권 운동가 3명이 백인 우월주의 비밀 결사 단체 쿠클럭스클랜(Ku Klux Klan, KKK)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다. 앨런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영화 <미시시피 버닝 (1988)>은 당시 사건을 바탕으로 미시시피의 강도 높은 흑인 차별 풍조를 재현했다. 백인의 조건 없는 차별과 사유 없는 행동이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이루어지는데, 폭력 앞에 무기력한 흑인들의 삶을 마주한 주인공 앨런 워드의 외침이 마음을 때린다.

“What's wrong with these people?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 거죠?)”

미국에서 흑인 차별 금지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다. 흑인을 향한 백인 경찰의 폭력과 살인으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 (이하 BLM)’ 운동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욘세(Beyonce), 자넬 모네(Janelle Monae), 디엔젤로(D’Angelo),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은 과거 소울(Soul) 음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BLM’ 운동에 직결되는 음악을 내놓았다.

레이찰스 동상 ⓒ픽사베이
레이찰스 동상 ⓒ픽사베이

Soul

미국 남부의 흑인들에게서 나온 블루스(Blues) 음악은 알엔비(R&B)를 파생시키며 대중음악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알엔비는 부드러운 하모니를 앞세운 두왑(Doo Wop)을 비롯해 척 베리(Chuck Berry)로 대표되는 로큰롤 등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 잠재력을 알아본 선 레코즈(Sun Records)의 대표 샘 필립스(Sam Phillips)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흑인의 소리와 느낌을 가진 백인을 찾을 수 있다면, 10억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이다.” 끝내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발굴했다.

레이 찰스(Ray Charles),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을 위시한 일부 알엔비 음악인들은 유난히 가스펠(Gospel)의 영적인 정서가 스민 음악을 들려줬다. 깊은 울림으로 본연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그들의 음악은 흑인 사회에서 특별하게 다루는 단어 ‘소울’로 정의되었다.

소울은 문학의 거장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의 시 <The Negro Speaks Of Rivers (1920)>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My soul has grown deep like the rivers. (내 영혼은 강처럼 깊게 자랐습니다.)” 시 속의 본 문장은 흑인 사회에 영감을 주었고, 문장에 쓰인 단어 ‘소울(Soul)’은 흑인 정서의 본질을 표현할 때 쓰는 대표적인 단어로 통용되었다. 예를 들어, 절친한 친구는 ‘Soul Brother’, 좋아하는 음식은 ‘Soul Food’라고 부르는 식이다. 음악에서도 레이 찰스 같은 음악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재즈(Jazz), 블루스 등 형식과 무관하게 단어 ‘소울’로 형용되곤 했다.

민권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60년대에는 흑인들의 단결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음악이 활용됐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은 인간 존엄을 요구하는 “Respect”를 외쳤고, 샘 쿡(Sam Cooke)은 “A Change Is Gonna Come”를 통해 변화를 희망했다. 시대의식을 담은 이 음악들의 공통점은 진한 울림과 절규하는 듯한 창법이었고, 레이 찰스의 그것과 같았다.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했던 ‘소울’은 그렇게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미국 대중음악의 한 형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앞서 소개한 앨런 파커 감독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커미트먼트 (1991)>를 통해 소울 음악을 정의했다. 극 중 왜 하필 소울 음악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주인공 지미 래빗은 이렇게 답한다. “아일랜드인은 유럽의 흑인이야. 더블린 사람은 아일랜드의 흑인이고, 북쪽 더블린 사람은 더블린의 흑인이야. 그러니 크게 외쳐. 나는 흑인이고 자랑스럽다!” 그에게 소울은, 과거에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외 계층의 정서를 표출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본 대사는 소울 음악을 다루는 영화답게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Say It Loud – I'm Black and I'm Proud”를 인용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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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eyed Soul

많은 사람이 소울 음악은 흑인만의 정신으로 담을 쌓고 경계 너머로 결코 손을 내밀지 않을 만큼 배타적인 성격을 띤다고 여긴다. 그러나 소울이 과거 흑인 정서에 깊게 관여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정의는 음악적 형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홀과 오츠(Hall & Oates), 라이처스 브러더스(The Righteous Brothers)와 같은 백인 음악인의 존재가 내 견해를 뒷받침한다. 그들은 소울 특유의 느낌을 연출할 줄 알았다. 심지어 음악 시장에서는 그들의 음악을 가리켜 백인 특유의 푸른 눈을 비유해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이라고 정의했다.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멤버인 빌 메들리(Bill Medley) 자서전을 들여다보면, 백인이 소울 음악을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때에 필라델피아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흑인 디제이 조지 우즈(Georgie Woods)가 직접 라이처스 브러더스를 ‘Blue-eyed Soul Brothers’라고 청취자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농구를 소재로 다룬 영화 <덩크슛 (원제 White Men Can't Jump (1994)>은 흑인과 백인이 ‘흑인 음악의 진정성’을 놓고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백인들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음악을 들을 수는 있지만, 느낄 수 없어. / 지미 빼고 밴드 구성원은 모두 백인이야!” 본 장면은 음악의 배타적 정서를 주장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유쾌하게 지적한다.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소울이란 무엇인가?

흑인 서사로부터 진화한 소울은, 범주로 따지자면 알엔비의 하위 형식이며 정서적으로는 영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음악일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유행했던 네오 소울(Neo Soul)도 힙합(Hip-Hop)과 재즈를 담았지만, 범주와 정서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앞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형식도 ‘소울’ 앞 또는 뒤에 수식어가 결합되어 정의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소울은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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