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5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마포 아현동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5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마포 아현동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서울시 마포구 아현2 재건축구역 철거민이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에 따르면 철거민 박준경(37)씨의 시신이 전날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 3일 한강변에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박씨가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망원유수지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라며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씨는 유서에서 “어머니께서는 갈 곳 없이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과 고생하시며 투쟁 중이라 걱정이다”라며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임대 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 달라. 하루가 다르게 야위며 주름이 늘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호소했다.

박씨의 어머니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9월 6일 강제집행으로 내쫓겨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이후 11월 30일 머물던 공간마저 강제집행으로 잃게 되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빈민해방연대 등은 기자회견에서 “철거민 박준경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사형이자 국가의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철거민들의 살려달라는 호소에도 오지 않던 경찰이 마포구청장을 지키기 위해 떼거지처럼 와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재건축 사업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마포구청이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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