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 표결, 노동자 대표 불참에 결정 보류
노조 “표결무효 주장…금융위에 문제제기 할 것”

산업은행 용역직원들이 지난 12일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과 이에 대한 사측의 표결 강행을 규탄하며 집회에 나섰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업은행분회
산업은행 용역직원들이 지난 12일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과 이에 대한 사측의 표결 강행을 규탄하며 집회에 나섰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업은행분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작업이 당사자인 시설관리 용역직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13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정규직전환협의기구(이하 협의기구)를 열고 자회사 설립 여부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동자대표 4명이 협의기구에 불참하면서 최종 결정이 보류됐다.

산업은행의 협의기구는 사측대표 6명, 노동자대표 7명, 전문가 위원 5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용역 노동자대표 4명은 표결진행 자체에 반대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파견직 대표 1명도 현장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나머지 표결 내용은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업은행분회(이하 산업은행분회)는 협의기구가 열린 날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일방적인 표결진행을 규탄하며 집회를 가졌다. 오후 2시30분부터 이어진 이날 집회에는 200여명의 직원들이 동참했다.

산업은행 시설물관리 용역직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기존의 하청업체를 통한 고용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추가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할 경우 예산 삭감을 통한 인건비 압박이 가능하며 본사 직원들이 넘어와 자리를 차지하는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산업은행분회가 지난 5일 내놓은 기자회견자료에 따르면 자회사로 내정된 ‘두레비즈’의 사장은 산업은행의 업무지원부장 출신이다. 더욱이 이 인물은 산업은행 재직시절 두레비즈와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실무자였다. 두레비즈는 산업은행 행우회가 만든 용역회사로 현재 청소, 경비, 시설관리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 두레비즈는 이미 기획재정부를 통해 산업은행과의 수차례에 걸친 수의계약 타당성을 승인 받으며 ‘자회사와 동일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인정받았다. 때문에 산업은행분회에서는 사측이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이 ‘자회사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산업은행분회는 정규직 전환 안건과 관련해 ▲12월 말~1월 중 공개토론회 개최 ▲2019년 6월까지 시한을 정해 합의 도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권위 있는 기관에 중재를 요청해 중재안 수용 등의 추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그동안 20차례 가까이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어느 정도 합의와 접근이 되면 (추가 토론을) 진행할 텐데 더 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번 협의기구에 노동자대표가 불참함에 따라 이들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다시 묻고 오는 14일 최종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투데이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불참한 노동자대표 4명은 이미 서면으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분회 관계자는 “합의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분회가 제안한 프로세스에 대한 검토도 없이 표결결과가 뻔한 협의기구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라며 “불참한 노동자대표들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표결은 무효라고 생각하고 참가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도 계속 표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산업은행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갈 텐데, 금융위가 절차적 하자를 제대로 보고 (자회사 설립을) 불허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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