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 ⓒ뉴시스
이정현 의원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의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59·무소속) 의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판사 오연수)은 14일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 의원은 앞서 2014년 4월 21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에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뉴스 아이템을 제외하거나 보도 내용 수정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점을 종합해 방송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방송법 4조2항(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따르면 누구든 방송편성과 관련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불가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의원의 행위는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의원 측의 ‘방송편성 개입 처벌조항 개설 이래 처벌이나 입건 사례가 없어 기소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송법으로 정한 자유와 독립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처벌해야 마땅하다”며 “(이 의원은) 추상적 위험범으로 실제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지라도 객관적 영향을 미칠 경우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이 김 전 국장에게 전화했던 시점과 이유, 내용 등을 미뤄 볼 때 단순한 의견으로 보기 어려우며, 구체적으로 의사를 전달해 상대방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해당 사건 관련 조항의 위반으로 기소나 처벌된 사례가 없긴 하나, 이는 법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행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라며 “처벌하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을 용납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례적인 방송법 위반 처벌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행이라는 이유로 경각심 없이 이뤄진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는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관행이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인식이 무뎌져 이 의원이 가벌성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공무원법에서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형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이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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