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정부 원안보다 낮아진 처벌 수위 아쉽다”
재계 “기업 현실 감안해 현장의 의견 더 반영됐어야”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28년 만에 국회에 제출한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고를 계기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전부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산안법 전부개정안 대안은 ▲근로자에게 작업 중지권 부여 ▲유해·위험한 작업의 원칙적 도급금지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 강화, 법 위반 시 제제 강화 등이 골자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법 위반 시 제재 수위는 당초 정부가 내놓은 전부 개정안보다 다소 후퇴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다. 이는 특수고용직이나 배달노동자도 근로자로 적용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한 도금작업을 포함한 유해작업은 도급이 금지된다. 다만 일시·간헐적 작업이나 수급인 기술 활용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도급을 할 수 있다.

특히,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는 지금의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 

원청 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중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포함한다. 당초 정부 원안은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였다. 하지만 경영계 반발로 “지배·관리”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를 원청이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됐다. 당초 정부 원안은 하청사업자 처벌수위와 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아울러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용자는 지금처럼 1억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인 대표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정부 원안은 10년 이하 징역이었지만 다소 완화됐다. 대신 처음 산재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하면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중 구성성분 명칭과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동부 장관 사전승인을 받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중대 재해의 예방을 위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믿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근로자의 작업을 중지하게 해 현행 규정상 불명확한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명확히 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산재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수위가 정부원안보다 낮아지고, 산재사망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때 징역하한선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경영계는 법 개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개정안이 산업재해 발생의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전가하고, 책임의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처벌하는 규정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법안 통과 이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경영계의 우려사항이 최대한 반영됐다면서도 기업들의 현실을 감안해 현장의 상황과 의견들이 더 반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산안법 개정안에 대해 “그간 국회입법 과정에서 여 야 및 정부와 경영계 간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경영계 우려사항이 최대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가적으로 마련될 산안법 하위법령 전부개정안에 대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사항에 대해 업계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추후 법 시행과정에서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이 제기될 경우 개선방안을 건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안전사고로 인한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재해 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의견을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은 “향후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산안법 통과를 계기로 기업들도 산업현장에서 최대한 산업재해와 인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유효기간을 2023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 등 고용노동부 소관 8개 법안이 통과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