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발언, 내년 총선 부산·경남 민심 겨냥?
올해 안에 발표를 통해 고질적인 갈등 해소할 수도

가덕 신공항 유치 국민행동본부가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김해공항 확장안 완전 백지화와 신공항 결정 과정에 대한 국무총리실 검증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가덕 신공항 유치 국민행동본부가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김해공항 확장안 완전 백지화와 신공항 결정 과정에 대한 국무총리실 검증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매번 선거철만 다가오면 논란이 된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민심을 사로잡는 공약으로 이만한 공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들마다 신공항 공약을 내걸었지만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해결한 사람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신공항 공약은 당선된 이후 폐기 처분되는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신공항 공약은 TK와 PK의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공약이 됐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매번 선거철만 되면 동남권 신공항 공약은 영남권 후보들의 단골 공약 메뉴였다. 선거캠프가 꾸려지면 맨 처음 내세우는 공약이 바로 동남권 신공항이었다. 그만큼 영남에게 신공항 사업은 지역 숙원 사업이다. 현재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이를 대체할 공항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부터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제기됐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은 각각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후 선거 때만 되면 대구·경북 의원들은 밀양 신공항을, 부산·경남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지역 시민단체들도 신공항 문제로 총선이나 대선 때 해당 지역 후보들을 압박했다. 이에 영남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신공항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났고, 당시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는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여당 단체장들이 당선되면서 합의를 뒤집고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다시 꺼낸 신공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 경제인 간담회에서 “김해신공항 사업을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론수렴 차원에서 총리실이 검증해보라는 취지”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동안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한 것에 문 대통령이 동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해신공항 사업 백지화는 현재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꾸준하게 제기해왔던 문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 부산에 내려가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동진정책을 통해 영남권, 특히 부산·경남·울산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난공불락이었던 부산 지역에서도 국회의원 5명이 배출되는 등 부산·경남·울산의 민심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산·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율보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부산·경남에 걸맞는 공약을 내걸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김해신공항 백지화인 것이다. 이는 결국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문 대통령이 ‘멍석’을 깔아줬다면 이제 부산·경남 국회의원 후보들이 춤을 추기만 하면 되는 문제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결국 내년 총선을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과하지는 않다.

김해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김해신공항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28일 김해시청에서 ‘김해신공항반대 100만 국민청원 추진’ 시민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김해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김해신공항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28일 김해시청에서 ‘김해신공항반대 100만 국민청원 추진’ 시민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내년 총선은

아울러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대구·경북의 입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5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으로 이미 결정돼 추진되고 있으며 재론할 사안이 아니다”는 공동입장을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이 지사는 과거 대구공항 통합 이전이 이뤄진다면 가덕도 신공항 추진도 나쁘지 않다면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대구·경북 민심도 대구공항 통합 이전만 이뤄진다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변화를 보인 것.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대구공항 통합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빅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오래된 갈등으로 빚어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민심을 이제는 봉합해보자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광역단체장들이 일단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앞으로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어느 정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경북 민심은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 대구·경북의 민심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총선만을 겨냥해 부산·경남 민심의 핵심인 가덕도 신공항만 추진한다면 결국 대구·경북의 민심은 폭발할 것이기 때문에 대구공항 통합 이전까지 함께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면서 공약으로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올해 안에 가덕도 신공항 추진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 고질적인 갈등을 봉합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신공항 문제는 영남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이면서 이제는 종식해야 할 갈등적 요소”라며 “이제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이 문제로 다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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