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임혜현 기자
▲ 경제산업부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리보(LIBOR)란 바로 런던은행간금리를 가리킨다.

한때 글로벌 금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골격으로 여겨졌다. 

리보가 국제 단기자금거래에서 기준이 돼 주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금리를 기준으로 약간의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대부분 자금거래 계약이 체결됐다. “19**년 **월 **일 **시에 고시되는 리보 금리에 가산금리 *% 조건으로 한다”...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를 했다고 떠올리면 된다. 가히 글로벌 금융의 허브이자 등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리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누렸지만, 영국은행협회가 산정한 민간의 금리였다는 점은 그렇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 비극의 함정이 있었던 것이다. 민간에서 무거운 책임을 망각하고는 자기 이익에만 매몰된 일탈을 벌였다. 

영국은행협회는 세계적 대형은행들로부터 16개의 금리를 제공받아 이 가운데 가장 높은 4개와 가장 낮은 4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금리의 평균으로 리보를 산정했는데 바로 이 정보값 자체를 조작 내지 담합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면 신뢰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리보에 대한 감독체계가 없이 막중한 책임감과 자율적 규제에만 일이 맡겨져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산정 방식에 관여하는 은행 중 상당수에서 담당자들이 각자의 거래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한 보고를 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드러나자, 영구적일 것 같던 리보의 절대 권위는 당연히 부인되기에 이르렀다. 

지금 한국 은행권에 대두된 문제를 보노라면, 이 리보의 영광과 오만한 리보 장난질이 새삼 떠오른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제재를 정조준 중이다. 

은행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만일 공정위가 실제로 제재를 확정하면 은행들의 머리 위에 떨어질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으니, 불복 소송으로 일전을 불사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은행들은 담합이 아닌 서로 어느 정도의 정보 참조만 했다는 식으로 항변 논리를 펴는 것 같다. 

하지만 대의는 분명하다.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선 당연히 고객에게 유리하게 LTV를 설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간 건전한 경쟁이 일어나야 함도 당연하다.

그러나, 은행들이 LTV 정보를 이른바 교환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 수치를 서로 맞추고 낮은 LTV를 적용함으로써 얻어질 결과물이 결국 소비자 불이익임을 왜 도외시하는지 모를 일이다.  

단순 정보 교환 논리를 펴는 대신, 리보의 영광과 뒤안길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지금 주요 은행들의 위상도 원래부터 당연히 주어졌던 것만 같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거로 조금만 돌아가 보자. 낯선 이름의 은행들이 주인공이던 때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한국을 호령하던 조흥은행이, 상업은행이, 서울은행이...그렇게 간판을 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이번 담합 논란을 계기로 리보의 과거를 새삼 살필 이유가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