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추행 의혹 후 2년째 미국 장기 채류
그룹 지배력 여전, DB손보 등 배당이익 두둑
DB Inc 등 내부거래 확대, 사익편취 논란 고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뉴시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DB그룹(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비서 상습 추행 의혹 이후 미국으로 떠난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귀국 계획 등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의 DB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하다.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에 이어 주요 계열사 2대주주로 DB그룹을 지배하면서 이에 따른 배당 수익도 두둑이 챙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DB그룹의 내부거래 움직임도 확대되면서 김 전 회장 부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DB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신병치료 차 미국에 머물러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국 계획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게 없다”고 답했다.

중단된 성추행 수사, 김 전 회장 2년째 미국서 ‘치료중’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다.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이 간과 심장, 신장 등이 좋지 않아 치료차 미국으로 떠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전 회장 출국 약 2달 뒤인 같은 해 9월, 그의 비서로 근무한 30대 초반 A씨는 5개월 간 김 전 회장에게 상습적인 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떠났던 김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지만 강제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적색수배령이 내려지고 지난해 1월말 비자도 만료됐지만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도 중단된 상태다. 김 전 회장의 미국 체류가 장기화되자 경찰은 지난해 5월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공소시효는 유지되지만 김 전 회장이 자진 입국하거나 인터폴에 의해 강제 압송되지 않는다면 수사는 다시 재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수사가 중단된 만큼 김 전 회장의 강제압송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는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될 때까지 최대한 귀국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DB그룹 내 김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미 그룹은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며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다. 여기에 김 전 회장이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DB그룹의 핵심인 금융계열사는 김 전 회장 부자가 DB손보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DB손보는 DB생명 99.83%, DB금융투자 25.08%, DB캐피탈 87.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올해 3월 기준 DB손보 최대주주는 지분 8.30%를 소유한 김남호 부사장이다. 김 전 회장도 6.65%로 뒤를 있고 있다. 장녀 주원씨 지분 3.15%를 합치면 김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DB손보 주식은 18.1%다.

또 김 전 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도 DB손보(5%), DB금융투자(1.87%), DB저축은행(19.95%) 등 주요계열사 지분을 보유,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금융업계에서는 이례적이다. 현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금융계 공익법인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DB김준기문화재단 등 두 곳뿐이다. 이렇다보니 DB김준기문화재단도 공익적 목적보다 김 전 회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DB그룹의 비금융계열사 또한 김 전 회장 부자가 최대주주로서 지배하고 있다. 상장사인 DB Inc(옛 동부C&I)에 김 부사장이 16.83%, 김 전 회장이 11.20%로 DB Inc의 1,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도 4.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비금융계열 상장사인 DB하이텍은 DB Inc가 12.42% 최대주주, 김 전 회장이 3.61%, 김 부사장이 2.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공익법인 통한 지배력…내부거래 확대 힘 보태나

김 전 회장 부자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대주주로써 배당 등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익 또한 상당하다.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DB손보로부터 2017년 결산배당금으로 김 부사장이 147억원을 받았고 긴 전 회장도 97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DB손보는 지난해 순이익이 19.5%나 감소했지만 올해도 손보사 중 최대 규모의 배당을 결정, 김 전 회장은 94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김 부사장도 12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는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100억원대 배당을 실시한 DB하이텍으로부터도 매년 3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B그룹이 금융계열 중심으로 구조조정 되는 과정에서 비금융계열사가 대거 정리되면서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사익편취 논란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DB Inc는 과거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품고 있을 당시인 2014년 44.3%에 달했던 내부거래 비중은 20%대 초반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대우전자와 대우전자서비스까지 계열집단에서 빠지면서 내부거래 매출이 60억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내부거래는 증가세를 보였다. DB손해보험을 통한 매출은 2017년 127억원에서 2018년에는 157억원으로 증가했다. DB하이텍도 105억원에 달했다. 특히 DB메탈과는 합금철 수의계약을 진행하며 내부거래가 2017년 15억원에서 66억원으로 1년 사이에 4배 이상 급증했다. DB메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8.1%에서 2018년 10.9%로 2.8%포인트 뛰었다. DB메탈의 경우 DB Inc를 통한 매출이 2018년 560억원 발생했다. 2017년의 386억원과 비교하면 45.1%나 성장한 것이다. 또 해외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도 940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DB메탈은 김 부사장이 22.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DB그룹 전산시스템을 전담해왔던 DB에프아이에스를 다시 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정보기술(IT) 회사인 DB에프아이에스는 과거 동부C&I의 IT운영사업부문으로 DB금융 계열사의 IT 시스템 운영을 맡아오다 하지만 DB에프아이에스로 물적 분할한 뒤 사모펀드 비케이이앤지에 2015년 매각됐다. 이를 지난해 5월 DB Inc가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재인수했다. 덕분에 내부거래량도 급증했다. 재인수 후 DB에프아이에스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DB손보와 DB생명, DB금투 3곳으로부터 310억원을 기록했다. 김 전 회장 부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DB Inc의 내부거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B그룹 측은 과거에 비해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든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DB Inc 관계자는 “내부거래 증가분은 금융계열사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DB에프아이에스 인수에 따른 것”이라며 “금융계열사와의 거래는 매각 후에도 계속 있었던 것으로 거래가 늘어나거나 더 추가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DB메탈과의 거래도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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