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발행어음 최태원 회장 TRS 거래 제재 확정
발행어음 사업 인가 2년간 벤처·스타트업 투자 전무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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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뤄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가 불법이라는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금융위 제재 결정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취지와 다르게 대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사용해 왔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해준 발행어음 자금이 실제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대출에 쓰인 것이라는 판단을 확정했다. 자본시장법에서 발행어음은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 5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이로써 약 반년 동안 논란이 된 SK그룹과의 TRS거래에 대한 제제가 마무리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SPC 키스아이비제16차에 발행어음 자금 약 1670억원을 대출해줬다. SPC는 해당 금액을 최태원 회장과 TRS 계약에 대한 근거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최 회장은 이 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최 회장 측으로부터 확정이익을 받게 된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과의 거래가 사실상 ‘개인 거래’에 해당하는 만큼 발행어음 사업 위반이라며 기관경고 등의 중징계안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개인 대출이 아니라 SPC에 대한 대출이라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 최종 결정으로 6개월간 끌러온 발행어음 대출 논란은 대기업 총수를 위한 부당대출로 확정됐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을 대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사용해 왔다는 비판 또한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발행어음 사업자로 인가된 증권사가 약 1년 반 동안 발행어음을 통해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는 제대로 투자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편중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발행어음 1·2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각각 5조2641억원과 3조349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 첫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조달자금 중 3조6569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중견기업 투자금이 2조8432억원이고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 즉 대기업 집단에 7319억원이 투자됐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817억원, 전체 투자액 중 2.2%에 불과했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전혀 없었다.

지난해 5월 두 번째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총 투자액 2조317억원 중 중소기업에 7456억원 투자가 이뤄져 차이를 보였다.

이에 당초 초대형 금융회사의 발행어음사업은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한다는 취지를 역행, 사실상 대기업군의 자금 조달 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제재를 확정한 한국투자증권의 SK그룹과의 발행어음 대출 거래를 단적인 예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발행어음 불법대출 건 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6년 11월7일 계열사인 KIS Vietnam Securities Corporation(베트남 현지법인)에 399억원을 대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계열사 신용공여 제한을 위반한 것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32억1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또 한국투자증권이 월별 업무보고서(파생상품 업무보고서)를 제출하면서 CDS, TRS 등 장외파생상품의 중개 및 주선 거래내역을 누락하는 등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한 사실에 대해 과태료 4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함께 대보유통 사모사채 인수와 관련한 한국투자증권의 인수증권 재매도 약정 금지 위반에 대해서도 과태료 2750만원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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