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반복되는 임원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내행사에서 직원을 상대로 폭언을 한 한국투자신탁운용 A 부사장에 대해 지난 2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A부사장은 지난 6월 1~2일 양일간 열린 한국투자금융그룹 사내 워크숍 행사에서 부하직원인 펀드매니저 B씨에게 폭언을 해 ‘모욕죄’로 피소당했다.

피해를 호소한 B씨가 서울 서부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A부사장은 당시 행사 현장에서 B씨에게 ‘안 온다는 XX가 왜 왔어’ ‘니 애미 애비가 너를 못 가르쳤다’ 등 욕설을 퍼부으며 상당시간 모욕했다.

특히 A부사장이 B씨에게 폭언한 현장에는 상당수 직원이 함께 있는 자리였다. 당시 B씨를 위로하거나 상황을 수습, 중재하려던 직원들도 A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이나 질책을 들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이날 워크숍은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 직원 5000여명 중 38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결국 A부사장이 B씨에게 폭언한 사실이 증건가 지라시 등을 통해 양산돼 회사 외부에까지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근거 없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B씨는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양 부사장은 B씨와 가진 면담에서 욕설한 사실을 부인하고 사과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회사의 후속 조치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사측이 A부사장의 폭언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A부사장에게 ‘견책’ 징계 결정이 내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견책은 가장 낮은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경징계다. 또 징계 내용을 B씨나 사내에 알리지 않았다.

B씨는 A 부사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부사장은 회사 징계 후 “지난 페스티벌 만찬장에서 욕설을 포함한 나쁜 표현을 썼고 나쁜 예를 들어 직원을 힐난했다”며 “잘못은 저에게 있고, 자리가 마련되는 대로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내용의 사과 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는 B씨가 속한 부서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것으로 B씨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B씨가 A 부사장을 다른 층으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사측은 긴급하게 같은 층에서 가장 먼 곳으로 부사장실을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기간이 아닌 만큼 사측에서 긴급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처음에는 중징계인 ‘감봉’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인사상 A 부사장이 그동안 대외 표창 등을 받은 공이 반영돼 한 단계 경감된 ‘견책’ 징계가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을 가볍게 판단해 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그동안 직원 징계에 대해 굳이 구성원에게 알릴 필요가 없어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이 건을 계기로 사내 직원간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 징계에 대한 내부 공지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 부사장에 대한 처벌은 검찰에 송치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부사장 폭언 사건을 비롯해 임원 갑질 논란이 반복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A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진행된 워크숍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해당임원은 여성 직원을 상대로 “야들야들한 느낌이 있어서 처녀인 줄 알았다”, “술을 적극적으로 마시지 않는다”는 식의 여성 비하 발언을 한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이뤄진 회의석상 자리에서도 “정규직이라고 안 잘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 또는 “그런 식으로 하면 잘라 버리겠다”며 막말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주장에 대해 사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발언 취지와 달리 일부분만을 발췌해 발생한 오해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지난 2월 발언에 대해서는 “회의상에서 좀 심하게 나온 말”이라며 폭언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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