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목포항에 정박 중인 여객선. ⓒ뉴시스
지난 7월 19일 목포항에 정박 중인 여객선.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여객선의 잦은 결항으로 인해 도서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국섬주민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날씨로 인한 여객선 결항일은 마라도 93일, 울릉도 91일, 거문도 89일, 연평도 70일, 백령도 68일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시계제한은 1000m로, 농무(濃霧)로 인한 여객선의 결항이 잦다. 500m로 제한하는 일본에 비해 규정이 더 엄격한 것이다.

잦은 여객선의 결항은 섬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섬 주민들은 이동권·생존권 보장을 위해 시계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여객선의 노후화로 인한 서비스 불편 등도 섬 주민들이 겪는 문제로 꼽힌다. 섬 주민들은 여객선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제’를 시행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여객선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관광객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협의회는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아직도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대중교통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섬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을 대중교통 운송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법률 모순”이라며 여객선 대중교통 인정으로 섬 주민들의 이동권·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 동법 제3조 제1항은 제6호는 대중교통 육성·지원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오지·도서 및 벽지 등의 지역에 대한 대중교통서비스의 강화’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2조 제2호는 대중교통수단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선버스, 도시철도(지하철), 철도차량(기차)가 이에 해당되며 여객선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춰 승객을 운송함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협의회는 이 밖에도 시계제한 완화와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주장했다.

농무 시 전면 통제 및 운항 가능 구역을 분리해 통제하고 출항지 기준으로 선박 교통량 및 협수로 등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해당 청원에서 협의회는 “안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규제완화를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도서지역 관광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에 대해서는 “연안 여객선은 ‘해상간선도로’로 인정하고 사회간접자본(SOC)차원에서 완전 공영제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며 섬 주민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 내외국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참사 이후인 지난 2014년 9월 해수부는 대형 해양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여객선 공영제 실시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시절 여객선 공영제 실시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원회는 예산문제를 들며 이를 무산시키고 준공영제로 대체했다.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항로 선박을 직접 소유해 운영하는 공영제와 달리 준공영제는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에 대해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수부는 일부 항로에 대해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결항률이 높고 운항 횟수도 적어 섬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협의회 편삼범 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준공영제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해운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노후선박 등을 운항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영제로 전환하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주민들도 안전하고 저렴하게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계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시대에 맞춰 시계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시계제한으로 여객선이 결항된다면 불편을 겪게 되고, 섬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섬 주민들의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여객선 운항관리지침은 시계제한을 1000m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항법장치가 상당히 발전해 500m 미만으로 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운항할 수 있다”며 “항법장치가 발달해 안개로 인한 충돌사고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편 부회장은 또 “여객선이 대중교통으로 인정된다면 국고 지원이 돼 운임이 저렴해진다”며 “현재 섬 주민들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운임을 낮춰야 한다. 관광객의 유입이 많아져야 섬 경기도 좋아질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편 부회장은 도서지역에 추가 요금이 붙는 택배비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섬에서 육지로 보내는 택배비는 육지에서 육지로 보내는 요금과 같으나, 육지에서 섬으로 보내는 경우 도선료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1000~5000원 정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 문 앞까지 택배가 배달되는 육지와 달리 도서 지역의 경우 여객선에서 항·포구에 내려다주기만 하기에 직접 찾으러가야 하는 수고가 더해진다. 비싼 요금을 내고서 육지보다 못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편 부회장은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예산이 들지 않는 시계제한 완화, 택배요금 부터라도 해결해주길 바란다. 그 다음에 대중교통 인정, 공영제 순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정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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