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쇼박스 前 대표 등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검찰 고발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오리온그룹 계열의 영화배급사 쇼박스가 과거 정부의 중소기업투자 목적의 모태펀드 자금을 불법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고발당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영대위)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2012년 국가의 공적자금으로 구성된 모태펀드 자금을 이면계약으로 전용했다며 창업투자회사와 영화배급사 쇼박스 전임 대표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업무상배임, 사기)혐의로 지난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전용 의혹이 불거진 모태펀드는 국고를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2005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여러 정부 기관이 자금을 출자해 결성하고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가 운용해 왔다.

모태펀드 자금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자금은 영화다양성 확보 등 한국영화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목적으로 활용됐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모태펀드의 영화투자액은 한국 상업영화 전체 제작비의 30%가 넘는 수준으로 연간 평균 투자액은 133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당시 모태펀드 자금의 출자사업자로 선정됐던 창업투자사 미시간벤처가 쇼박스와 이면계약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면계약 사실은 지난 2013년 10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의 현장검사에서 발각됐다.

당시 투자조합에는 모태펀드 자금 45억 원이 투입, 미시간밴처가 이를 운용했다. 중기청이 적발한 이면계약서에 미시간벤처는 쇼박스가 65억을 투자하면 그 두 배에 해당하는 120억까지 쇼박스가 제안하는 영화에 투자할 수 있고, 쇼박스가 투자제안한 영화에 대해 반드시 투자심의의원회의 투자승인을 얻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이러한 이면계약은 투자자 중 한 명인 쇼박스에게만 유리한 것으로, 미시간벤처는 이면계약 사실을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이면계약서를 작성한 후 미시간벤처는 쇼박스가 메인투자배급사인 영화 “미스터고”에 25억원을 투자했다.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투자액은 고스란히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반독과점영대위는 “이와 같은 국고의 불법전용의 증거를 확인한 중소기업청은 경고조치, 관리보수 삭감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하나 추가적인 형사고발조치 등을 통해 엄격한 국고손실의 책임 등을 묻지는 않았다”며 “최적의 투자처에 자금을 투자해서 수익을 내야 할 창업투자사가 모태펀드와 다른 일반출자자 모르게 특정 대기업투자사에 유리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대기업이 지정한 영화에 투자해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은 배임죄 및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국고로 조성된 모태펀드가 이와 같은 이면계약을 통한 대기업 계열의 영화투자배급사의 이익창출에 전용되는 것이 공고하게 자리 잡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배급사들은 자신들의 투자 금액의 2배까지 자신들이 지정하는 영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이면계약으로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에는 국고에서 출자한 모태펀드 비율을 높이고, 그 반대로 성공이 예상되는 영화에는 자기 투자 비율을 높이는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로 손해를 보전해 왔다는 것이다.

반독과점영대위와 참여연대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불법적인 국고 전용의 책임을 물어 영화업계에 만연한 이면계약의 불법관행을 뿌리 뽑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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