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실시간 검색어’…무용론에 폐지론까지 솔솔
오염된 ‘실시간 검색어’…무용론에 폐지론까지 솔솔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9.10.1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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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케팅에 활용되며 관심사 반영 못해
오후 3시면 특정 브랜드 키워드로 실검 도배
‘실검 무용론’ 불러온 조국 장관 임명 이슈
관심사 왜곡 가능성 제기되며 폐지 목소리
“포털 시위도 새로운 문화, 규제할 문제 아냐”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순위를 제공한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실검을 근거삼아 특정 시점 관심사의 경중을 직관적으로 헤아린다. 인터넷 이용이란 사실상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시작되는 만큼 실검이 가진 여론 반영 및 선도 효과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순위는 키워드의 검색량으로 결정된다. 특정 집단이 원한다면 새로운 검색어를 순위에 올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다양한 기업들이 전략적 마케팅을 위해 실검을 활용한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옹호 및 비판 입장을 두고 실검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의도적인 실검 노출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행법상 문제없는 의사표현 행위인 만큼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검의 순위가 누군가의 의도로 바뀔 수 있고 또 그렇게 이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시민 관심사의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검에 대한 무용론은 이를 근거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일각에서는 실검 폐지론까지 강력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검 마케팅에 밀려나는 사회적 이슈

특정 키워드를 실검에 올려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위는 사실 수년 전부터 있어 왔다. 이미 일부 유튜버 등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은 이른바 자신의 ‘화력’을 과시하며 시청자에게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요청하고는 했다. 크리에이터들의 이 같은 요청은 실제 특정 연예인의 이름이나 키워드의 실검 노출로 왕왕 이어졌다. 

최근에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실검이 이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포털의 본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털 검색 순위를 보면 갑작스런 기업 브랜드나 상품이 검색어 1위에 올라오는 사례가 빈번한데, 이는 대부분 쿠폰이나 경품을 대가로 특정 브랜드의 포털 검색을 유도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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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검 순위. 1~3위를 비롯한 상당수의 검색어가 초성퀴즈 검색 등 기업 홍보 마케팅으로 상위권에 오르며 지하철 파업 등의 이슈가 뒤로 밀려났다.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캡쳐

실제 11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의 실검 순위상위권도 ‘정관장 홍삼톤 리뉴얼’, ‘이하늬 플레어팬츠’, ‘무신사 카파 패딩’ 등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관장이 실검 1위에 오른 건 간편송금 어플리케이션 토스에서 진행한 행운퀴즈 때문이다. 

이날 실검 순위에는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지하철 파업’, ‘코오롱 티슈진 상장폐지’ 등 굵직한 사회 이슈가 상위권에 몰려 있었지만 기업들의 홍보활동에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회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토스의 행운퀴즈를 지목하며 보상금을 미끼로 네이버 실검을 유도해 업무방해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검색 키워드의 부정사용 및 어뷰징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대응 정책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토스의 행위는 네이버 정보통신시스템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의 방법 등으로 원래의 목적 및 기능대로 동작하지 못하도록 해 업무를 방해했다”라며 “이는 형법 제314조 제2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말했다. 

토스는 이에 대해 “포털사이트 검색의 경우 제휴사의 니즈에 따라 해당 기업의 포털 브랜드 검색 유입을 위한 것으로,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 마케팅 방식에 해당한다”라며 “토스는 사용자로 하여금 허위 정보 및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게 한 사실이 없고 포털사이트의 운영 가이드에 맞게 검수 및 운영 중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달 5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달 5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뉴시스

‘조국’ 검색어 전쟁이 쏘아올린 실검 논쟁

실검 무용론은 특히 올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앞두고 크게 불거졌다. 8월 말 즈음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의 지지자들은 ‘조국힘내세요’, ‘법대로임명’ 등의 검색어를 포털 실검에 올렸다. 

또 같은 달 31일에는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실검 상위권에 ‘나경원자녀의혹’이라는 검색어가 등장했고 9월 1일에는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밖에도 조 장관 후보자 임명에 조직적 반대가 있다고 판단한 누리꾼들은 ‘한국언론사망’, ‘가짜뉴스아웃’, ‘정치검찰아웃’ 등의 키워드를 실검에 올리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같은 행위가 드루킹 사건에 비견할만한 실검 조작 사태라며 네이버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당 미디어 특위는 “조국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 실시간 검색어가 손쉽게 조작되는 신종 여론조작 수법은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사건을 연상시킨다”라며 “포털의 여론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포털이 어떻게 여론조작을 묵인 또는 동조하고 있는지 다시 환기시킨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지난 9월 9일 이후에도 실검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7일과 8일에도 조 장관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조국 구속’을 포털사이트 실검에 올렸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조국수호 검찰개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 김성태 의원실
ⓒ 뉴시스

포털 실검 운영방식에 따라 관심사 왜곡 우려

이처럼 실검이 기업의 마케팅이나 정치적 의견을 담은 표현 도구로 이용된다면, 네티즌들의 공통 관심사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실검의 무용론이나 폐지에 대한 논쟁도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포털사이트 실검의 존폐에 대한 찬반 논란은 최대 쟁점이었다. 네이버, 다음에서 제공하는 실검을 활용한 여론 조작이 우려된다는 목소리였다. 

포털사이트 실검 여론 조작 우려는 주로 야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제기됐는데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과기부 국감현장에서 “네이버의 실검 서비스가 여론 호도장으로 몰락했다. 과기부가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라며 “실검 조작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면 구글처럼 실검 서비스 운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도 “조국 힘내세요라는 문장을 실검에 올리는 것은 특정 세력이 조작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다”라며 “여론 왜곡 아니냐”라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과기부 국감 전날 네이버의 실검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키워드 분석 결과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검 키워드는 실검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퀴즈 이벤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국내 포털별로 실검을 비교 분석한 결과 국민의 관심사가 반영되는 키워드가 동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크다”라며 “포털의 실검 운영 방식에 따라 국민의 관심사가 왜곡돼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사회적 관심사와 정보 제공 등 긍정적 기능을 상실하고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라며 “인위적으로 언제든지 조작 가능한 포털 실검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구에 아직 포털들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네이버는 개인별 이용에 초점을 맞춘 방식으로 실검 일부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 ⓒ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 ⓒ 뉴시스

“새로운 의사표현, 규제 및 조치는 어려워”

다만 실검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는 조작과는 다른 개념이며 하나의 의사표현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규제를 통한 실검폐지 추진은 강한 발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실검폐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던 과기부 최기영 장관은 “여론 왜곡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의사 표출 방법이다”라며 “실검 관련해 드루킹 등 매크로(조회수 조작 프로그램)를 통한 조작은 현행법상 불법이니 확인되면 처벌하겠지만 그 외 여러 명이 댓글을 달든가 해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올리는 것은 하나의 의사 표현으로 규제 및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 역시 실검을 통한 시위는 새로운 문화라며 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조국 장관 이슈를 두고 실시간 검색 순위를 이용한 시위 문화가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여론몰이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위 문화이니 재갈을 물리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라며 “과거 각목, 최루탄 등에서 최근에는 촛불 등으로 시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포털 실검을 이용한 시위도 새로 생겨난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검 시위는 결코 규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적 권리인 집회 결사의 자유 차원에서도 이를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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