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저지 투쟁에 10분 만에 발길 돌려
노조 “기업은행 낙하산 인사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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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힌 윤종원 행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IBK기업은행의 윤종원 신임 행장의 첫 출근이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의 첫 공식일정은 취임식이 아닌 외부행사로 시작됐다. 노조는 윤 행장의 실무 경력에 의심을 품는 한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신임 행장은 3일 출근 첫날 노조의 저지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 27분 경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사에 도착했지만 노조의 거센 반대에 가로막혔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경제정책 전반을 맡아온 관료 출신이다. 구체적으로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관료 배제 ▲절차 투명성 ▲기업은행 전문성 등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취임을 반대하고 있다. 관료출신의 기업은행 외부인으로는 전문성 부재는 물론 관치금융이 우려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노조 허권 위원장은 윤 행장과 마주하며 “기업은행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내릴만한 곳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라며 “자진사퇴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끝없는 투쟁을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차기 금융산업노조 집행부로 뽑힌 박홍배 위원장 역시 “금융노조 새 집행부의 첫 사명은 기업은행의 낙하산 행장 저지”라며 “청와대가 금융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총선에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했다. 

기업은행지부 김형선 위원장도 “금융공기업으로서의 기업은행의 미래와 자율경영의 꿈을 후배 조합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행장은 노조의 반대에 대화를 요구하며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윤 행장은 이날 출근 10분 만에 발길을 돌리면서도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지적하셨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중소기업과 기업은행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라며 “앞으로 노조 이야기를 듣고 말씀도 나누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 역시 직접 청와대에 윤종원 행장을 제청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외부 인사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격이나 전문성은 지켜보면 앞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첫 출근이 저지된 윤 행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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