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이미영 조직국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다문화언어강사들이 학교를 배정받지 못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다문화언어강사들의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다.

다문화언어강사는 교육부가 도입한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 제도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들은 학교에서 다문화 이해 수업, 세계 시민 교육, 방과 후 수업 지원 등과 더불어 다문화 학생의 학교 적응과 언어 교육, 수업 통역, 학부모 상담 등 역할을 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해 한국어와 모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모국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문화 이해 교육뿐만 아니라 부적응을 돕기 위한 개별 상담 등도 지원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위해서도 한국어 학습 및 자녀 교육 상담을 진행하고, 담임교사와의 교육 상담 통역과 일반 학부모와 다문화가정 학부모 소통 등도 지원한다.

다문화언어강사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일반 가정 학생들과 편견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로 평가된다.

이처럼 다문화언어강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큰데 반해 이들이 처한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현재 다문화언어강사는 계약직 형태로 고용된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라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거쳤으나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유효기간 1년짜리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해야만 비로소 한시름 더는 불안한 생활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직종에 대해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권고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오히려 다문화언어 강사를 해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울지역 다문화언어강사 80여명 가운데 15명이 학교 미배정 통보를 받았다. 이후 24일 6명이 추가 배정받았지만 여전히 9명의 강사가 미배정 상태로 남아 있다.

교육청은 학교에서 원하는 희망 언어권 수요와 다문화언어강사 출신 국가 수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출신 국가와 동일한 언어권 학생이 없어도 다문화언어강사를 배정해 온 바 있어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올해 1월 다문화언어강사 출신 국가와 동일한 언어권 출신 국가 혹은 부모의 출신국가 학생이 5명은 넘어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으나, 권고 기준대로 시행할 경우 미배정자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설득을 통해 그나마 기준을 낮췄다고 했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동일한 언어권 학생 중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이 단 1명이라도 있어야 배정 가능하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교육청의 이 같은 주장은 다양한 출신 국가 학생들을 10년 동안 지원해 온 다문화언어강사 정책 방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한다.

그동안 출신 국가 및 동일한 언어권 학생이 없거나, 다문화가정 학생이 의사소통 문제를 겪지 않더라도 다문화가정 학생 재학 비율 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다문화언어강사를 배정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같이 통보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학교에서 희망하는 1순위 언어권과 다문화언어강사의 출신 국가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해당 언어권 학생이 적다고 해서 다문화교육 지원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이미영 조직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가 배정 이후 9명의 강사가 미배정됐고, 이 가운데 2명은 올해는 배정받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이전에도 1차적으로 미배정 강사가 한두명 발생하긴 했지만, 교육청에서 언어권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다문화가정 학생 재학 비율이 높은 학교들을 설득해 다문화언어강사들이 세계 시민 교육 등 역할을 하도록 해 개학 이후에까지 미배정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교육청은 학교가 희망하는 언어권 강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강제로 배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이 반드시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말했다.

이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지만 그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며 “다문화가정 학생이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왕따 당하는 일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다문화언어강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가정 학생들을 위한 세계 시민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교육청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국장은 “배정에 관한 변경 사항을 사전에 노조에 알린 바가 없기 때문에 올해는 모든 강사를 배정하되, 남은 시간 동안 동일한 언어권 학생 5명이 넘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 논의하자고 교육청에 제안한 상황”이라며 “교육청에서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