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로’ 거래 당사자 특정 어려워 범죄에 악용
빗썸 “모든 측면 고려해 상장 유지 여부 검토 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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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N번방 범죄에 활용된 암호화폐의 거래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에 악용된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소 내부 규정에 따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만큼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 중인 빗썸과 후오비코리아가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 활용된 암호화폐 ‘모네로(Monero)’를 여전히 거래 중이다. 구매대행업체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모네로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빗썸과 후오비코리아 두 곳이다. 

앞서 경찰은 N번방 운영자로 알려진 조주빈(25)씨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암호화폐를 통해 대가를 받고 성착취물을 공유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씨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의 후원금을 빙자한 입장료를 암호화폐로 요구했는데 주로 이더리움, 비트코인, 모네로 등이 활용됐다. 

특히 조씨는 다른 암호화폐 보다는 모네로를 통해 후원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네로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과 달리 거래 당사자 추적이 어려워 범죄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네로는 애당초 익명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일반 비트코인이 거래 당사자들의 정보가 기록되는 것과 달리 모네로는 거래내역을 조회하려면 보안키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발신자의 추적이 가능하게 됐지만 수신자는 일회용 주소를 랜덤으로 생성 받고 있어 사후 파악이 쉽지 않다. 

다만 국내거래소에서는 본인인증을 받고 있는 만큼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면 내역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경찰에서도 이를 위해 빗썸을 포함한 국내 거래소 및 구매대행업체 2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모네로가 유사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위험요소로 남아있으며, 또 내부 규정에 의거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음에도 이를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암호화폐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 상장폐지 전 일단 입금과 출금을 제한할 수 있어 범죄자들 간 악용을 막을 수 있다. 

실제 빗썸의 ‘가상자산 투자유의종목 지정 정책’을 살펴보면 “가상자산이 형사상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기타 형사사건과 연관돼 있는 것이 명확한 경우” 투자유의종목을 지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빗썸은 현재 상장유지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오비코리아 역시 상폐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관련 온오프라인 접촉 채널이 차단돼 직접 입장을 듣기는 어려웠다.  

빗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범죄 악용 가능성 등 모든 측면에서 상장 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라며 “향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시 선행적으로 규제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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