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온라인 개학 초등 국어 2-1 가 수업 영상 사진출처 = EBS 초등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월 20일 방송된 EBS 온라인 개학 ‘초등 국어 2-1 가’ 수업 영상 <사진출처 = EBS 초등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지난 21일 SNS를 통해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결성된 초등성평등연구회는 다양한 교과에 성인지적 관점을 접목한 교재를 개발하는 연구모임입니다. 초등성평등연구회에 따르면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레이스가 달린 자주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 핀을 머리에 꽂은 선생님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시각자료에서 여학생은 머리에 노란 핀을 꽂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20일 방송된 초등 국어 2-1 가 1강 수업의 한 장면을 묘사한 내용입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이 장면에 대해 교사의 꾸밈 노동이 방송을 시청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4월 21일 초등 봄 1-1 수업에서 활용된 시각자료에서 여학생은 치마를 입은 채 다리를 모으고 서 있으며 남학생은 다리를 편하게 벌린 채 서 있습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여성, 남성의 자세, 액세서리 등의 차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며 “보다 평등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사가 수업 주 불필요한 성별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같은 날 방송된 초등 수학 2-1 ‘몇 백을 알아볼까요’ 수업에서는 교사가 “남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 여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이 같은 성별 간 대결구도는 불필요한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 초등성평등연구회의 지적입니다.

성평등 관점이 결여된 수업은 학생들에게 여성/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산드라 벰(Sandra Bem)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하지 않을수록 창의적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스스로를 정형화된 모습에 맞추게 되고 창의성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사진출처 = 초등성평등연구회 페이스북
<사진출처 = 초등성평등연구회 페이스북>

이 밖에도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외모를 소재로 한 농담도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다양한 가족구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4월 21일 초등 봄 2-1 수업에서는 “둘째야, 니 얼굴 좀 봐. 퉁퉁 부었어. 하하”, “푸하하하. 형 얼굴이 더 부었거든”이라며 상대의 외모를 웃음거리로 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상대의 외모를 놀림거리로 삼는 장면에 대해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상대의 외모를 유머의 소재로 사용하는 영상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며 “재미를 더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에 대해 섬세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4월 21일 초등 1학년 봄 수업 중,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엄마, 아빠, 나’로 구성된 가족만이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합니다. 어버이와 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로만 가족구성을 이해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배제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초등성평등연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TV를 시청하는 다양한 환경의 어린이들을 고려해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세요’와 같은 말을 ‘보호자’, ‘어른들’로 고쳐 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수업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반영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지점입니다. 학생들이 자아를 형성해나가는 시기에 잘못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도록 제작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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