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92)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위안부 관련 단체 기부금 불투명성을 주장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오후 대구 남구 소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수요집회 모금액이 투명하지 않다고 폭로했다.

정의연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 7월에 출범한 재단이다. 정의연은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잘못을 규탄하는 집회를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고 있다.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 집회에는 다수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도 참여했으며, 이 할머니 역시 뜻을 함께 해왔다.

그러한 이 할머니가 돌연 정의연 측이 수요집회에서 모인 성금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앞으로는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할머니는 “수요일이면 멀리 외국에서도 (참석자들이) 온다. 그런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는데 그 돈을 어디다 쓰나. 할머니한테 써야 한다. 왜 자기들 마음대로 돈을 쓰느냐.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나”라고 비판하며 “앞으로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할머니는 특히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했다.

이 할머니는 “2015년 한·일 협정 때 일본에서 10억엔이 들어오는 것은 윤 전 이사장만 알고 있었다”며 “10억엔이 언제 들어온지 모르며 받은 것도 없다. 알았다면 돌려보냈을 텐데 그걸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윤 전 이사장과 30년을 함께 해오고 있다. 문제 해결도 안 하고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해 온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이
정의기억연대 공개한 이체증 등 자료 <사진 출처 = 정의기억연대 페이스북>

정의연 “사실과 다르다”

이 할머니의 주장에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전 이사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정의연은 활동과 회계는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 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전달한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 보관하고 있다. 보관 당시에는 할머니들 기억을 위해 확인용으로 보관했지만 이제는 사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한·일 협정으로 받은 10억엔에 대해서는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 할머니가 아니라고 하셔서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피해자와 함께 한 경험에 빗대어 그 상태에서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는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용기 있고, 씩씩한 영웅으로서 인권운동가 활동을 해오셨다”며 “수많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들, 그 세월의 몫을 제 삶에 담아 21대 국회에서 ‘죽은 자들의 몫까지 함께 해내는 운동’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연도 8일 공식 SNS를 통해 이 할머니의 주장에서 잘못 전달된 부분과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정의연은 “시민들이 모아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한·일 협정 이후 위로금 10억엔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주신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게 백만시민모금을 진행해 여성인권상금 명목으로 1인당 1억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엔 등 국제사회 인식 제고, 국제연대 등을 통한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에 사용됐다”며 “이 밖에도 수요시위, 일본 정부의 범죄사실 인정과 법적배상 이행을 위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지원, 피해자 인권 및 명예를 훼손하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 콘텐츠 제작·홍보사업 수요시위 기념 평화비 건립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의연은 입장문과 함께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와 그간 이 할머니에게 전달한 기부금 등에 관한 수령증과 이체증 등을 첨부했다.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기억 왜곡” vs “공동 TF 구성”

한편 정치권에서도 이 할머니 주장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할머니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기억이 조금 왜곡된 것 같다”며 “지적하신 단체와 관련해 영수증 등 자료가 있기 때문에 단체 입장을 지쳐본 후 공식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한국당은 관련 공동 TF 구성을 예고하는 등 정쟁화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이 할머니가 윤 당선자의 출마를 응원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마땅히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 조태용 대변인도 “이 할머니에 대해 정의연은 심신 취약, 기억 왜곡으로 할머니를 폄훼한 데 이어 보상을 앞세운 단체가 할머니를 부추겼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며 “남 탓과 자기변명에만 급급하다면, 정의연은 더 이상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시민 단체가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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