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여상규 막아라” 더불어민주당에 떨어진 특명
체계·자구 심사권으로 사실상 ‘상원’ 역할
예결위원장 자리 내어줘도 법사위는 안돼
표결 대결 통해서도 법사위원장 갖고 오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부친상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부친상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부친상을 당했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로 복귀하면서 원구성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핵심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이라는 악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2의 여상규만은 막아야 한다는 특명이 떨어졌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됐다는 평가는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 자리가 중요한 자리이다.
 
다음주 국회 본회의가 열리게 되면 일부 민생법안 처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13일 현재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은 35.3%이다. 13대 국회가 75.4%, 14대 국회가 80.7%, 15대가 73% 등 상당히 높았다.

16대 국회는 63%, 17대 국회는 50.3%, 18대는 44.4%, 19대는 41.7%로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은 역대 최저의 수준을 보였다.

이런 저조한 법안 통과율을 보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법안 발의가 20대 국회에서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는 2만 4073개가 발의됐다. 19대가 2만 4073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법사위원장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상규 악몽 잊혀지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악몽이 가시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률안이 발의가 되면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통과된 법안은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법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법사위에서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해 각종 법안을 다시 들여다본다. 미국으로 이야기하면 ‘상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이트키퍼 역할을 법사위가 해왔다. 이런 이유로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 몫이었다. 독재정권을 사수하는 마지막 파수꾼 역할을 법사위원장이 해야 한다는 관례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된 이유는 법사위가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안 처리를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해당 상임위에서 겨우 논의를 끝내서 법사위에 올리고 나면 법사위에서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법사위의 원래 역할은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 ‘다른 법과의 저촉 여부’ 혹은 ‘자제 조항 간의 모순 여부’ 등을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법사위가 어느 순간부터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수정 요구가 더 늘어났다. 해당 상임위에서 이미 여야가 합의를 끝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서 다시 법안을 들여다봐서 아예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월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됐다. 법안은 세월호 피해자의 범위를 민간 잠수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확대하고 각종 치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2018년 3월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일부 야당 의원이 ‘피해 범위를 잠수사까지 확대하는 게 적절한가’라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박 의원 측은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 조율이 끝난 상황인데 법사위에서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인 퇴직금 과세 범위를 축소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1년 넘게 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다.
 
막강한 법사위원장 권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21대 국회도 20대 국회처럼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파행됐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궁 위한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 협의 없이 열리면서 법사위원장 자리에 대한 불만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폭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미래통합당에 주는 한이 있더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꼭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그것이 안된다면 법사위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즉,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법을 개정해 체계·자구 심사 역할을 각 상임위 법률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체계·자구심사권은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법적인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법사위에 넘겼지만 이제는 해당 상임위 별로 법률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에 굳이 법사위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사위 사수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
 
하지만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법사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파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원구성 협상에 있어 신경전이 상당히 거칠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원구성 협상을 놓고 13일 오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동을 갖는다. 이 시점부터 계속해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이 원만하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방안은 표결 대결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원구성 협상과 관련, “표결로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177석이라는 거대 공룡 여당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표결로 갈 경우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나눠 했던 것도 관행이니까 가급적이면 지키는 게 좋겠다는 기본적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총선 민의를 보면 예전처럼 국회 개원을 무기로 해 야당의 발목 잡기나 트집 잡기에 끌려가는 것을 국민이 바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면서 표결 대결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당초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을 본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13대 국회 이후 여야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 그리고 17대 이후부터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것이 관례가 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이런 관례를 깨부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것은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1대 국회 갈등이 첫 번째 시작은 법사위원장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