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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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기업신용조사 및 평가 데이터 업체의 한 직원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5년여 동안 근무해왔던 서울에서 대전으로 발령받은 지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원치 않았던 무연고지 인사 보복으로 마주하지 않았어도 될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2일 유가족 등에 따르면 A사의 대전지역 지사장 故김모(49)씨가 지난 10일 오전 10시 경 경찰과 동료 직원에 의해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가족의 동의를 얻고 김씨의 오피스텔의 문을 따고 내부로 들어갔으며 이미 숨을 거둔 고인의 모습을 확인했다. 

김씨는 8일 밤까지는 가족과 연락이 됐지만 이튿날부터 문자 메시지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김씨가 9일부터 유명을 달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가족들은 무엇보다 김씨의 죽음을 회사의 인사 보복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A사에서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었음에도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 추궁을 당했고, 이후 결국 대전 영업 지사로 인사발령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고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인의 손윗동서라고 밝힌 유가족은 김씨가 회사의 채용비리 혐의 조사와 관련한 고충을 호소하며 상사로부터 금융감독원 진술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대전에 가기 전에도 많이 괴로워했다. 본인이 인사(채용)를 한 것도 아닌데 회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니까 자기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고 얘기했다”라며 “이런 사안은 이렇게, 저런 사안은 저렇게 진술을 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받았고 그게 안 되면 위에 있는 상사가 무능하다고 몰아붙이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나서 갑자기 대전지사로 발령이 났다. 무연고지로의 발령이 가장 억울하고 원통하다”라며 “대전에 혼자 살지 않았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 옆에서 사람이 발견을 했다면 구급차를 부른다든지 조치를 할 수 있었다. 회사가 조금만 배려했어도 아까운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 A사에서는 지난해 7월 채용비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경영유의공시를 통해 면접위원과 응시자 간에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채용이 투명·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내규의 정비를 권고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A사의 설립과 함께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통계전문가로서 활동해왔지만, 대전 지사에는 이와 전혀 무관한 영업직군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당시 영업지사장으로 근무하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가족과 함께한 주말을 보낸 후 대전으로 내려가는 일요일이면 상당히 힘들어 했다는 유가족의 증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사는 고인에 대한 지사 발령은 순환근무의 일환이었을 뿐 인사 보복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조사가 이뤄졌던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결과를 참조해달라며 절차제도 개선 요청만 있었을 뿐 고발 등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저희 회사는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사를 두고 있는데 고객 중심의 마케팅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지역거점 영업 차원에서 운영된다”라며 “일부 직원들은 열심히 하며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회사는 그에 따라 보상도 해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를 고생시키기 위해 보내지 않는다. 회사는 보복으로 발령을 하지 않고 경력개발과 순환근무 차원에서 지사 발령을 하고 있다”라며 “대기업이라면 연고지를 고려해 발령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회사 같은 규모에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인은 10년 이상 통계와 금융권 영업 업무를 수행해 왔으므로, 영업직 발령이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사 발령은 관리자 양성 및 역량 개발 등 인사이동 규정과 경영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한다”고 말했다. 

또 채용비리혐의와 관련해서는 “회사에 불만이 있던 직원으로 인해 금감원 검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에 검사 결과가 올라왔다. 그걸 참조해달라. 채용절차제도 개선을 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라며 “금감원 검사 결과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치는 물론, 검찰 수사와 관련한 내용 또한 일체 통보받은 바가 없다. 금감원 검사내용 또한 보안을 유지하게 돼 있어 이를 파악해 고인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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