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억제력 강조 속 주민 단속 및 대미 협상 강화
 
김정은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더는 전쟁 없어”
파키스탄식 핵보유국 인정으로 경제적 지원 기대
 
리비아나 이란식 핵협상 원하는 미국 ‘골머리’
핵보유국 선언으로 북한 주민 내부 결속 다지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했지만 대내외적으로는 핵보유국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스스로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인 지난 27일 평양 4.1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다. 물론 세계에서는 아직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김 위원장의 선언은 여러 가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김일성 3대의 지상과제
 
핵무력 완성은 김일성에서 시작해서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의 지상과제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에 상당히 집착했다. 이로 인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각종 도발을 강행해왔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2차례 여는 등 비핵화에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느닷없이 핵보유국을 천명함으로써 그에 따른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그것은 과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세계가 인정해줄 것인지 여부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다. 

하지만 비공인 핵보유국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이다. 북한은 공인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것은 파키스탄과 같이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면 경제적 지원까지 챙긴 파키스탄의 뒤를 밟고 싶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제재가 강하게 있었지만 결국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체제 보장은 물론 경제적 지원까지 받았다. 북한으로서는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는 이란식이나 리비아식 핵포기는 결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이다. 리비아 모델은 2003년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을 통한 비핵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은 리비아 반군과 손잡고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고, 카다피는 비참하게 살해됐다.

이란핵협정은 2015년 이란과 체결한 것으로 이란이 핵개발 중단을 대가로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제 조약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란이 계속해서 핵개발을 한다고 판단해서 이란핵협정을 파기했다.
 
비공인 핵보유국 인정받고 싶은 북한
 
북한은 자신이 핵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림으로써 미국과의 대화에서 더 이상 리비아식이나 이란식 핵협정을 맺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파키스탄식 핵협정을 맺겠다는 것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한 미국은 그 당시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파키스탄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인도가 계속해서 주변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면서 그에 따른 저지 필요성이 느껴지면서 파키스탄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이 인정할리 만무하다.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 재선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제로가 된다.

미국민 역시 자신들의 자존심 때문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으로서는 리비아식이나 이란식이 아닌 파키스탄식 핵협상을 하고 싶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림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행동에 나설지 여부다.
 
핵보유국 천명으로 내부 결속도
 
이와 함께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의심환자 탈북민이 월북한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이례적으로 코로나19 소식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이는 코로나19가 북한 내부에 상당히 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대내외에 알려왔다. 하지만 방역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북한 내에 코로나19가 만연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의심 탈북민이 월북해서 개성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탈북민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북한 주민의 결속을 다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코로나19 의심 탈북민의 월북을 통해 남측에 코로나19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핵보유국을 선언함으로써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결속을 다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7.27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면서 ‘전승절’로 둔갑시켰다. 이는 군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7.27은 정전협정의 날인데 ‘전승절’로 둔갑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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