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t급 유조선 도장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 사상
노조 “폭발사고 위험 이미 지적, 원청‧대표 책임져야”
삼성重 “사고원인 등 조사결과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지난달 27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화재현장 외부 모습 ⓒ뉴시스(사진제공=경상남도소방본부)
지난달 27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화재현장 외부 모습 ⓒ뉴시스(사진제공=경상남도소방본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이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조는 지난 2017년 진행한 특별감독에 대한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였다며 대표이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지난달 27일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노동자 A(41)씨가 숨진채로 발견됐고 노동자 B(40)씨는 전신 2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번 사고가 5만톤급 유조선 엔진룸 내부 스프링기어룸 청수탱크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탱크 내부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는 사망하고 외부에서 도장 작업을 보조하던 노동자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간 충돌로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 이후,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2017년 사고 당시 정부는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노동부는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밀폐구역 비방폭형 환기팬·조명등·전기설비 설치 ▲밀폐구역 유기용제 제거 인화성 증기 배출 환기 설치 ▲밀폐구역 작업 시작 전·중 산소농도 측정 ▲밀폐공간과 외부 감시자 간 상시 연락설비 설치·긴급 상황 대응 ▲밀폐공간 관계자 외 출입금지 등 밀폐된 작업공간에 대한 안전조치 요구가 담겨 있었다. 

노조는 특히 후행도장 작업에서 사용한 유기용제 도료가 폭발을 불러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타 조선소에서는 밀폐구역에서 진행하는 후행도장 작업의 경우 무용제 도료를 사용했지만, 삼성중공업 작업장에서는 유기용제 도료를 이용해 폭발 및 질식위험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유기용제란 휘발유, 벤젠, 시너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흔히 기름때를 지우거나 페인트 등을 묽게 만들 때 사용된다. 도장 작업에서는 페인트의 제조 배합에 활용되고 있지만 휘발성과 인화성이 매우 높아 밀폐된 공간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KCC와 현대중공업 등은 올해 초 무용제 도료를 공동으로 개발해 작업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 같은 사고가 삼성중공업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의 산재 미인지와 이에 따른 동종·유사 사고 재발 우려 가능성에 대한 노동부의 지적을 인용하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중대 재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경남지부를 비롯한 대우조선지회,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 등 이 지역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삼성중공업 남준우 대표이사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폭발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 2017년 크레인 참사 당시 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는 도장작업과 밀폐구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라며 “이미 폭발사고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폭발 사망사고는 위험한 작업공정 및 산재은폐 등 중대재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총체적 문제 속에 발생한 명백한 인재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진심으로 예방하고자 한다면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물론 삼성중공업 원청에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사고원인이나 후속조치 미이행 등의 주장에 대한 입장은 조사가 끝난 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기용제 사용 여부 등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라며 “(노동부 특별감독 후속조치 이행 여부도) 조사 이후에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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