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 / 130*190mm / 176면 / 1만3000원 / 걷는사람

엄마! 다 가짜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목소리가 커지자, 손 여사는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들었다 말았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부분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김봄의 첫 산문집이 출간됐다. 김봄 작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이자 문화예술 기획자로 현재 KBS1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에서 ‘김봄의 책을 봄’을 통해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등 왕성한 활동 중이다.

김봄 작가는 사회에서  ‘좌파’냐 ‘우퍄’냐 등 극단의 프레임을 씌우고 벌어지는 수많은 의견 대립들이 가족 공동체 안에서 등장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70대 엄마와 40대 딸이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과연 ‘좌우’의 시각으로만 판단 내려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가족사’를 통해 공생(共生)의 전략과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작가는 오래전 기억 속의 이야기, 사소한 일상 속 대화들을 주목해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살아가는 ‘정치 풍속도’를 친숙하고도 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 촌지를 주고받는 학부모와 교사, 특정 출신 지역에 따라 정치적 편향이 정해지는 사람들, 전라도 사위는 안 된다는 부모, 땅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 중산층,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성 소수자를 향한 삐딱한 시선 등 우리 가족이자 이웃의 얼굴을 담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좌충우돌하며 삐걱거리지만 결국 타협하며 한 발씩 나아가 공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알 것 같으면서 전혀 모르겠는 가족 이야기이자, 대한민국 현대사가 부려놓은 시트콤 같은 장면을 담은 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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