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표 혁신 합격점…차기 리더십은 글쎄
김종인 취임 100일, 이념 대신 소통 내세워
빵 먹을 자유로 대변되는 비유 문화가 정착 
윤희숙 연설 지지율 올려 민주당 제쳐기도
미래권력 못 보여주면 주저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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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舊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전체적인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한때 지지율 1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확실히 과거 미래통합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차기 리더십이 아직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그에 따른 취약점도 발견된 것도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과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15 총선 참패 이후 혁신과 쇄신을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 지휘봉을 잡는 과정도 험난하기 그지 없었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험난한 여정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되자마자 ‘탈보수’를 추구했다. 가장 핵심은 ‘빵을 집에서 먹을 자유’를 내세워 기본소득과 주거 안정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보수’, ‘진보’ 등 이념을 상징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런 이유로 ‘좌파독재’ 혹은 ‘좌파 빨갱이’ 등의 단어가 사라졌다. 김 위원장의 ‘빵을 집에서 먹을 자유’ 등의 비유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 내걸어

 
김 위원장의 행보는 여느 보수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였다.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대로 ‘빵을 집에서 먹을 자유가 필요하다’면서 기본소득과 부동산 정책 등을 내놓았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수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갔으며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방문해서 5.18 민주영령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당에 요구를 하기도 했다.

정강정책 역시 변화를 예고했다. 5.18 정신을 정강정책에 담기로 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보수적 가치를 버리고 진보적 가치를 정강정책에 담으면서 정강정책만 읽어보면 ‘국민의힘’ 정강정책인지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미래통합당이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판단, 소통에 치중을 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보다 쉬운 말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념적인 단어는 가급적 배제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런 이유로 국민이 점차 국민의힘에 대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또한 과거 이미지가 강했던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율로 반영된 당 쇄신
 
이런 김 위원장의 노력은 지지율로 반영됐다. 변화의 기조는 윤희숙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다. 윤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연설이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 윤 의원의 연설은 콘크리트 같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주저앉히게 했다. 또한 국민의힘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5분 연설을 전후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급기야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넘어 1위를 차지했다. 과거 ‘좌파독재’ 등을 외쳤던 미래통합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물론 한계도 보였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나자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다시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렇게 된데는 국민의힘의 전략 미스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국민의힘이 아직도 미래 권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포에 휩싸인 국민은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누구에게는 의지를 하고 싶어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광복절 집회에 코로나19 재확산 책임을 떠넘기고, 정부를 믿고 의지하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재확산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누구에게 의지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것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율은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미래권력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면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 비판에 대해 국민적 호응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권력을 제대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의 문재인 정부 비판은 허공의 메아리가 된 것이다.
 
미래권력 보여주지 못하면 한계 부딪혀
 
이는 결국 국민의힘의 ‘미래’인 셈이다. 미래권력 즉 차기 대권을 제대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 때리기를 해도 국민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 관심은 끌었을지는 모르지만 지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미래권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숙제가 필요하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신임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도 대권 경쟁을 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미래권력을 제대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이름까지 바꿨지만 계속 한계를 보이면서 주저앉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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