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서희 기자】 ‘성형대국’ 대한민국. 서울 강남역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성형 전후의 사진들이 크게 박힌 광고판을 보며 이제 얼굴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길거리에서는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고 선글라스로 붉게 부은 눈을 감추고 돌아다니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욕망을 성형수술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원하는 곳 어디든 지방을 넣고 빼고, 닮고 싶은 연예인처럼 몸매와 얼굴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히트친 이유도, 성형 비포 애프터 사진이 끊임없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외모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에서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으로 만들어주는 기적의 물 ‘성형수’가 등장한다. 어쩌면 과학이 발달해 미래엔 정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외모에 대한 소재는 추녀가 미녀로 변화하면서 판타스틱한 인생 역전을 맞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보다는 더욱 본질적이고 어두운 이야기,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에 집중한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온갖 무시를 당하고 악플과 비난에 시달리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주인공 ‘예지’는 성형수를 바른 뒤 모든 사람들이 뒤돌아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설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대가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부작용에 시달리다가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들을 택한 설혜 아니 예지는 결국 자신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양심의 가책이나 반성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외모보다 중요한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기기괴괴 성형수’는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성형전 ‘예지’와 성형후 ‘설혜’의 캐릭터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줘 더욱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성형이라는 진부한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바디 포지티브’ 열풍부터 ‘꾸밈노동’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등장 등 우리는 외모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변화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예지가 성형수를 바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까. 우리가 매일 보는 스마트폰, SNS, TV에서 만나는 이들은 풀메이크업에 나이를 알 수 없는 동안외모와 완벽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성형수를 거부하는 게 쉬운 일일까.

‘기기괴괴 성형수’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이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이를 더 확장시켜 부, 명예, 성공, 사랑, 인정 등 인간의 탐욕과 갈망이 어떻게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꼬집고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집으로 배달된 ‘성형수’를 눈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 ‘기기괴괴 성형수’가 그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상상 이상으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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