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무릎 꿇고 영남에서 “인물 없다”
호남 예산 챙기기…영남 역차별 현상으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광주 5.18 민주묘역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광주 5.18 민주묘역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호남 사랑에 영남 중진들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임에도 영남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호남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영남에 가서는 자당 내에 부산시장 후보 인물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영남 역차별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영남 중진들은 이러다 영남 민심 다 떠난다면서 김 위원장의 영남 역차별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지난 14일 무소속이었던 권영세 안동시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장세용 구미시장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경북에서 두 번째 자치단체장을 갖게 됐다.

이는 국민의힘에게 상당히 경계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최근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영남 역차별을 한다는 민심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것은 김 위원장의 영남 역차별에 영남 중진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지만 김 위원장이 영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호남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호남에서 무릎 꿇고 명예 의원까지

김 위원장의 호남 사랑은 각별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아 추모탑에 헌화하고 사죄의 뜻으로 15초가량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지난 9월 호남 지역 41곳에 자당 소속 국회의원 48명을 명예의원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국민통합위원회 1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또다시 호남에 구애를 했다. 호남 민심을 잡아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부산에 내려간 김 위원장은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큰 설계로 부산발전의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없다.”라며 “아직 적격자가 안 보인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당내 중진들이 영남을 역차별 한다는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후보자가 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면서 수습에 나섰다.

독일 함부르크항은 스마트 항구로 변모했는데, 세계에서 제일가는 컨테이너항인 부산을 그렇게 바꾸려는 분이 아직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었고, 그 발언의 앞뒤가 잘려나간 보도가 나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 부산 지역 중진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장제원 의원은 “당 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영세 의원은 “스스로를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냐”라고 따졌고 조경태 의원은 “우리 진영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분열시키는 정당 운영”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前)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차라리 문을 닫으라고 맹비난을 했다.

영남 역차별에 중진들 발끈

이처럼 김 위원장의 영남 역차별에 중진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칫하면 영남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김선동 전 사무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무총장에 호남 출신 원외 인사인 정양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정 사무총장은 재보선 경선전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다. 경선준비위원으로 강원도 출신인 이양수 의원을 추가로 임명했다. 사실상 영남을 배제한 인사라는 것이 영남 중진들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이 원외 당협위원장 당무감사를 실시하는데 영남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규모로 물갈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영남의 힘이 빠지는 대신 당내에 비영남권 인사들의 발언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영남 중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영남을 배제하고 호남을 중요시하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영남 역차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모종의 도전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인의 도전

이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에서 영남의 힘을 완전히 약화시켜서 당내 입지를 최소화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영남 인사들을 배제하고 호남에 가서는 무릎까지 꿇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영남 중진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외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차기 총선에서 당선 유력권인 비례대표 후보 20위 내에 5명(25%)을 호남 출신 인사로 우선 추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노골적으로 “호남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내지도부와 예산결산위원들은 국감이 끝나자마자 호남을 방문해 호남 주요 현안과 예산을 챙기기로 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서진 정책이 지난 2016년 호남 홀대론에 휩싸였던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호남을 홀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호남에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이 불었다.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영남 역차별을 한다는 분위기가 영남에서 형성되면서 그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