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이념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들
야당으로 돌아선 20대 남성, 속내는
탈이념·탈정당화 속도 빨라…역차별 주장
희망적 메시지 보내줘야 대선 승기 잡아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4.7 재보선 결과 20대 남성의 움직임은 확실했다. 여당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있고, 야당은 미소를 짓게 만든 20대 남성 유권자들이다. 그들을 ‘이남자(20대 남자)’라고 부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들을 ‘보수화’됐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보수화가 된 것이 아니라 ‘탈이념화’가 됐을 뿐이다. 과거처럼 이념에 얽매이고,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이슈에 따라 투표를 하는 세대가 됐다. 따라서 여당이 패배했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고, 야당은 승리를 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표심은 1년 사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지만 1년 후 여당은 압도적으로 참패를 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여당의 압승을 주도한 세대고 20대 남성이며,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20대 남성의 역할이 주효했다. 40대와 20대 여성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그들은 정녕 보수화됐는가

일각에서는 20대 남성들이 보수화됐다고 평가를 한다. 하지만 1년 전만해도 여당을 선택한 그들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보수화가 됐냐는 물음에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결코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이념과 정당을 초월하기 시작했다. 30대 이상만 해도 이념의 잣대를 갖고 세상살이를 재단했다면 20대 남성들은 이념의 잣대보다는 자신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30대 이상은 자신에게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이념이나 정당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그것을 감내하지만 20대 남성은 그러하지 않다.

그것은 20대 남성들만 갖고 있는 독특한 피해의식 때문이다. 바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다.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으로 인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기회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데 페미니즘을 통해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는 만큼 자신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양성 평등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이들은 페미니짐의 여성 인권 신장에만 신경을 쓸 뿐 남성이 어떤 식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그 피해를 어떤 식으로 보전해서 양성 평등을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런 피해의식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면서 페미니즘 공화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곧 보수화가 된다고 표현을 한 것이다.

실제로 보수화가 됐나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있을 뿐이지 그것을 보수화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대 남성이 어느 세대보다 민주주의를 배웠고, 몸소 실천하는 세대라는 점에서 보수화됐다기 보다는 진보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보수화된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20대 남성은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수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수와 진보 등 이념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안사안마다 이념의 잣대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의 반발로 보수화로 간 것처럼 보일 뿐이지 경제적 문제라거나 교육적 문제 등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는 20대 남성의 또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정당과 이념에 소속이 돼있지 않기 때문에 투표만큼은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는 것은 정당이나 이념이 아닌 인물 중심의 투표가 되는 것이고, 이슈에 따라 투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남성에게 있어서 정당에 소속돼 있다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0대 남성에게 어떤 식의 이익을 안겨다줄 것인지가 더 중요한 투표 이유가 되고 있다.

조국 사태?·LH? 결국 내 이익이 중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의 참패를 조국 사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20대 남성의 표심을 자극했다. 20대 남성은 자신들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의해 여성들보다 더 암울한 미래를 그려야 하는 형편이고, LH 사태로 인해 내집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하고자 하는 정당이나 후보들로서는 20대 남성에게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조국 사태는 그에 대한 표현일 뿐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0대 남성들의 피해의식에 대한 위로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여당이나 야당이 모두 생각해야 한다. 자신들은 피해를 입은 세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런 메시지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아픈 청춘을 위로해줄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 사회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꿈꾸게 만들어야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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