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체 없는 신기루에 보수층 총결집

지지율 1위 달리는 윤석열, 2위와도 격차 상당
각종 현안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 없어
조직과 자금에서 밀려, 해결책 마련 고민해야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결국 발목 잡을 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4.7 재보선이 끝나고 난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지율 1위를 한데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경기지사를 일찌감치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직까지 신기루일 뿐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결국 그 지지율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윤 전 총장이 보수층이 총결집을 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사람이 있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3위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권 도전이 거의 확실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 명확하다. 아울러 평소 자신의 정치적 식견을 이야기해왔기에 그 지지층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대권 도전을 하겠다고 밝힌 바가 없다. 소속 정당도 없다. 그리고 평소 자신의 정치적 식견을 이야기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대권 주자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에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38.4%로 이재명 경기지사(22.2%)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2.3%) 등을 크게 앞섰다. 뒤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4%), 정세균 전 총리(4.2%)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생성(RDD)된 무선전화번호(100%) 추출 틀에서 자동응답 전화 방식(ARS)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3.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여론조사만 놓고 볼 때 윤 전 총장이 2위인 이 지사와의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정 지지층 없어

그 이유는 다른 대권 주자들은 정책이나 소속 정당 등으로 인해 이미 지지층이 고착화됐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유동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즉, 다른 대권 주자들은 실체가 분명하지만 윤 전 총장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아직까지 소속 정당이 명확하지 않고, 정치적 식견에 대한 이야기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간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언론을 통해 많이 이야기를 했지만 그밖의 다른 이슈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예컨대 경제 문제나 통일 문제 혹은 외교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뚜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권 도전을 하게 된다면 이런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지지층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치에 신물이 난 중도층이 대거 윤 전 총장에게 몰릴 수밖에 없지만 대권 도전 과정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호응하는 지지층도 있지만 실망하는 지지층도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평균 10%p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비호감도 1위라는 부분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는 ‘절대 대통령감이 아닌 사람이 누구냐’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23.9%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런 부분을 대변해준다. 즉, 윤 전 총장에 대해 언제든지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이 현재 아무런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실체를 보여주기 시작하게 되면 지지율이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비호감도 1위라는 기록에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직과 자금은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자금이다. 대권 도전도 현실이기 때문에 자금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통상적으로 대선운동을 하게 되면 평균 500억원, 최소 4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윤 전 총장이 개인으로 출마를 하게 된다면 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개인이 조달해야 한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펀드나 모금 활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겠지만 아무리 인기 많은 대권 주자라고 해도 100억원 이상을 모금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머지 자금은 결국 개인의 능력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이유로 개인이 출마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당에 소속돼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3의 인물이 초반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용두사미가 되는 이유는 바로 자금력 때문이다. 그 자금력을 해소하는 방법은 정당에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당은 이미 조직력을 탄탄히 갖춘 많은 대권 주자들이 있다. 그들과 조직력 싸움을 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윤 전 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 소속으로 대권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조직력을 갖춘 후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누군가 “윤 전 총장님, 어서 오십시오”라면서 조직을 모두 떠안겨주지 않는 이상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다른 대권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제3 지대론이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제3의 인물로 대통령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다당제 국가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양강 구도로 굳혀진 우리 정치 현실에서 선거법 개정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지난 2019년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줬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이 제3 지대 후보가 된다는 것 역시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고 정당 소속 대권 주자가 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오롯이 윤 전 총장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려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정치적 경험이 옅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할만한 개인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윤 전 총장이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냉혹한 정치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고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사면이 고민이네

또 다른 난관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과 관련된 내용이다. 어차피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론을 건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면서 일단 거부했다. 따라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차기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된다면 사면론이 다음 대선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하게 된다면 사면론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태극기부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범여권 지지자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사면론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지지를 계속 유지할 수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윤 전 총장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딜레마 중 하나다. 대권 도전을 한다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윤 전 총장에게는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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