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은 ‘화들짝’
‘공천 자격시험’ 결국 강행할 의지 내비쳐
“이 나이에” 불만 터뜨리는 예비출마자들
지역 동량을 ‘정량 평가로’, 우려 목소리
자격시험 보다 공천 시스템 변화 필요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공천 자격시험’을 공약으로 내걸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서 가장 근심이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국민의힘 예비출마자들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시험공부에 들어가야 하느냐라면서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리 ‘커트라인’을 통과하는 시험이라고 해도 시험은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공천 자격시험’을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자료 해석, 독해·표현, 컴퓨터 활용 등 당에서 제시하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공천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자격시험을 치르지 않은 후보들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변함 없는 입장이다. 후보자로서는 난데 없이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역 동량은 시험으로 선출?

익명을 요구한 한 출마 예정자는 “지역일꾼을 자격시험을 통해 뽑는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발상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엑셀이나 컴퓨터 활용보다는 지역 활동이나 정책 입안 그리고 주민들과의 소통이 돼야 한다면서 엑셀이나 컴퓨터 활용을 잘 못하더라도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노력을 보이면 되는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비록 공부를 못하더라도 그 지역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사람이면 충분한 것 아니냐면서 시험을 통해 동량을 걸러내겠다는 방식에 동의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없어도 시험에만 통과를 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지역 동량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월급쟁이 직장인을 기용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글이나 컴퓨터를 모르는 무학력자는 지역 동량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사람이 공직 후보가 되는지는 유권자가 판단해야 하는데 ‘시험’을 통해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엘리트’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엘리트우선주의에 기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컴퓨터를 할 줄 알고 모르고가 정치인으로서의 자격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년들에게 기회가?

물론 자격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청년들이나 정치신인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필경 자격시험을 치른다면 중장년층에게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험을 한 회 한 회 치르는 과정에서 분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결국 시험의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청년들에게도 불리한 시험이 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자격시험을 치르는 발상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그 방법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자격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필경 세대교체 바람은 거세게 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세대교체 바람은 유권자가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시험을 통해 만들어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36세로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격시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바람에 의해서라는 것을 이 대표 자신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당의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놀이터를 당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격시험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뤄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온다는 평가다.

차라리 윤리 검증 강화를

이에 정치권에서는 자격시험보다는 윤리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그동안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당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후보로 앉히면서 오히려 우리의 정치를 후퇴시켜 놓았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윤리 검증을 강화해서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후보를 아예 배제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울러 자격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천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선거 공천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바로 지역 당협위원장이다. 그러다보니 예비출마자들이 가장 눈치를 보는 사람이 지역 주민이 아니라 당협위원장이다.

이에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고 계파정치를 해체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자격시험을 통해 후보를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지역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동량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 자격시험을 치르는 방식보다 오히려 더 지역일꾼을 뽑는 최적화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자격시험을 치르겠다는 이 대표의 발상이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벽에 부딪힐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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