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농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서울 강동구 약사회 부회장 역임
-남양주시 약사회 회장 역임
-경기도 마약퇴치운동본부 감사 역임
-남양주시 등산동호회 “예솔” 창립
-월간 수필문학으로 수필 등단
-월간 〈文藝思潮〉로 시 등단
-계간 〈스토리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
-약사스쿠버다이빙 동호회 회장 역임
-약사 해외명산 트레킹 간사
-전국약사문인회 회장 역임
-경기도 약사회 감사 역임
-남양주시 덕소에서 카이로약국 경영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의 저자

국가에는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있고, 인생에는 인생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1인당 GNP 4만 불!”

“2030년까지 달에 로켓을 보내자!”

이런 구호들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국가적 동력이다. 이런 동력으로 해서 국민들이 생업에 열중하고, 의욕을 가지고 국가적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종의 말장난이다.

인생에도 동력은 있다.

“나는 장래에 OO가 될 거야! 나는 언젠가 OO을 이룰 거야!”

이런 목표들이 인생의 동력일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 미래를 위하여 어떤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삶을 추동하는 강력한 힘은 바로 희망이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는 그리스 신화를 들추지 않더라도, 희망은 인간을 절망에서 구해내는 절대적인 동력이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절망한다. 절망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로 하여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한다. 절망을 구하는 묘약은 오직 희망밖에 없다.

그렇다면 산행(山行)에서의 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산행은 힘들다. 땀 흘리고 숨차고 다리 아프고 위험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 번 가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큰 산을 오르려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육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따른다. 그래서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산행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유익을 준다는 것은 틀림없다. 체력단련을 위해 산행 하는 사람이 많다. 지리산 종주를 1박2일로 해치운다. 대단한 체력이요 끈기다.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혹은 툭 터지는 조망이 시원해서 간다는 사람도 있다. 또한 사회의 잡다한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파, 혹은 생활의 재충전을 위해서 산행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이래저래 산을 가는 이유는 많다. 그런 것도 하나의 작은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산행을 계속하려면 산행을 취미화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취미로 만들 수 있을까. 내 경우는 사진 찍기와 야생화 찾아보기가 그 답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권태가 빨리 와서 산행의 수명이 짧았을 것이다. 물론 카메라로 찍을 피사체는 얼마든지 있다. 나무나 바위, 경치, 산너울, 일출, 일몰 등…. 그래도 그중에서 으뜸은 역시 야생화다. 요즘은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이 좋아져서 누구나 야생화를 찍을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야생화의 이름을 그 자리에서 알아낼 수가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얼마나 편리한 기능인지 모른다. 야생화 이름 하나 알려면 얼마나 어려운데…. 그러나 무엇보다도 야생화를 찍으려면 우선 야생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산행을 몇 년 하고도 꽃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지리산을 17번이나 종주했지만 야생화가 없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여리디 여린 야생화가 높고 깊은 산 속에 피는 것을 보면 아름다움을 떠나 생명에 대한 경외감마저 든다. 희귀한 야생화라도 보게 되면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야생화는 철철이 바뀌어 핀다. 오늘 본 꽃들은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또 다른 꽃이 등장한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 사진을 차곡차곡 저장해두면 훌륭한 꽃 갤러리가 된다.

열대 바다에 가면 열대어를 본다. 그리고 산에서는 야생화를 본다. 바다에는 열대어요, 산에는 야생화다. 이들은 현대인들이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고 귀엽다. 누가 디자인했을까. 호모 사피엔스의 구미에 맞게 수억 년을 앞서 다듬은 자가 과연 누구랴!

꽃은 정말 귀하다. 그 빛깔과 생김새가 곧 신의 섭리다. 야생화를 보며, 사진 찍고 즐기며 감탄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중생대로부터 있어 온 꽃,

인간을 위하여 수억 년을 어루만지고 다듬어진 꽃,

그 꽃을 우리는 보고 즐겨야 하지 않을까.

가자! 야생화를 찾아 산으로 가자!

2021. 10. 바람골 고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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