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전년 比 8.3% ↓
이자이익 증가, 비이자이익 감소 패턴
충당금 쌓기로 일종의 기저효과 노리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아직 요원

우리금융 본사, 우리은행 본점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금융 본사, 우리은행 본점 [사진제공=우리은행]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회장 체제 이후 우울한 실적 흐름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 ‘빅배스’설이 나올 정도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분기 성적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이유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43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수준이다. 비이자이익 감소로 이자장사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불가피하다. 실적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우리은행의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줄어들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상황 속에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그룹 순이익, 3분기에도 감소...이자장사에 매몰?

우리금융의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그룹의 3분기 순이익은 8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4% 감소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로는 43.9% 증가한 셈이다.

3분기 누적 순영업수익은 7조4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세에도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분기별 이자이익으로 보면 올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이자이익은 8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다만 3분기 중 유가증권 등 일부 부문 손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이익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3.3% 늘었다는 풀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그룹 0.41%, 은행 0.22%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도 추가 적립한 충당금이 있어 NPL커버리지비율은 그룹 180.0%, 은행 239.0%를 기록했다.

주요 자회사별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우리은행 2조2898억원, 우리카드 1174억원, 우리금융캐피탈 1091억원 및 우리종합금융 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비이자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이자이익에 매몰돼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금융 강화를 임종룡 체제에서 강하게 추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 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올해 봄 우리금융 사령탑에 오른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NH농협금융 회장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사진제공=우리금융]
올해 봄 우리금융 사령탑에 오른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NH농협금융 회장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사진제공=우리금융]

임종룡 체제 들어선 후 포트폴리오 강화 기대감 아직 성과 無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 퇴임 후 관료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후임 사령탑을 맡았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취임식을 가졌다. 임 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세워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관료 출신으로 당국과 원만할 것이라는 예상도 대두됐다. NH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점에서 금융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 더 나아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임 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꺾이고 있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1조53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어든 규모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8.6% 늘어난 91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공교롭게도 사령탑 교체 후 이런 변곡점을 보인 것. 우리금융은 지난 3년 간 이어온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마감한 것은 물론, 상반기 당기순이익 면에서 농협금융 대비 오히려 뒤처지는 기록을 세웠다. 하나금융과 3위권 경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신임 회장 체제가 굳어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우리금융이 빅배스(Big Bath)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왔다.  새 경영진이 전임자 재임 기간에 발생한 손실을 회계에 최대한 반영, 과거 경영 과오를 털어내는 게 빅배스의 본래적 개념이다. 나중에 실적을 올린 새 경영진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손충당금 쌓기와 지난 2분기 일어난 우리금융 어닝쇼크에서부터 빅배스 구도 활용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배당금 2분기와 같이 적용...내실화 주력, 주주환원 동시 추진 각오

대손충당금을 얼마 쌓을지는 경영진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그래서 대손충당금 쌓기를 통해 기저효과를 누리려는 게 아니냐는 풀이는 유효하다. 

내년에 기업대출 점유율 2위를 탈환하고, 2027년에는 1위를 이루겠다는 것이 임 회장의 구상이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드라마틱한 성과 부각이 가능하다. 다만 금융권 내에서도 빅배스 풀이와 함께,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충당금을 쌓고 있어서 우리금융만 유독 충당금 규모가 크고 이런 의도성을 갖고 추진 중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3분기까지 나타난 우리금융의 비이자수익 등 지표를 보면 이 같은 ‘움츠렸다 뛰기’ 효과를 정작 필요할 때 잘 낼 수 있을지에 근원적 물음표가 붙고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이 과거 농협금융 회장 시절, 옛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여 NH투자증권으로 일군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우리금융에서도 그가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걸어왔다. 현재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2조4383억원) 가운데 우리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3.9%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 전체 실적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은행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3분기 연결 순이익 기준,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4.1%, 34.8% 감소했고, 우리종금은 무려 73.5%가 깎였다. 이렇게 비은행 강화 특히 증권과 보험업 인수 필요가 높지만 올해 안에는 인수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3분기 분기 배당금으로 2분기와 같은 1주당 180원을 확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환경에서 내실화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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