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옥선 할머니 발인식이 29일 오전 경기 광주시 경안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옥선 할머니 발인식이 29일 오전 경기 광주시 경안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29일 경기 광주시와 나눔의 집에 따르면 이옥선 할머니는 지난 26일 오후 9시 44분경 분당 소재 모 병원에서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건강 악화로 성남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사인은 급성폐렴에 의한 패혈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할머니의 사망으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총 240명 중 생존자는 단 10명만 남게 됐다.

지난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6살 때 일본 군대가 주둔한 중국 만주에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조국에 돌아온 이 할머니는 속리산 자락에서 생활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 할머니는 지난 2009년 평생 모은 돈인 2000만원을 지역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3년 8월 다른 피해자 할머니 등과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이 할머니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여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지난 2014년부터 이 할머니는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인근 거처와 나눔의 집을 오가며 지냈고, 2018년 나눔의 집에 정착했다.

빈소는 경기 광주 경안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8시, 장지는 광주 중대동 자연장지에서 이뤄졌다. 발인식에는 유족들과 피해자 지원단체인 광주시 나눔의 집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화장된 고인의 유골은 광주시 능평동에 위치한 모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정의기억연대는 이 할머니 별세 다음날인 지난 27일 추모글을 통해 입장을 드러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 할머니는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시던 분이었다”며 “항상 주변 사람들의 끼니와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겨 주시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본인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망설이지 않으셨던 따듯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김현숙 장관도 같은 날 이 할머니 사망에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 할머니께서 오랜 기간 노환으로 고생하셨다”며 “생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를 누구보다 열망하셨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께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 지원하는 한편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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