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IBK기업은행의 신임 은행장이 결정됐지만 ‘다음 관전 포인트’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은행 전무·계열사 대표직들을 둘러싼 복잡한 함수 풀이의 핵심은 IBK캐피탈 최현숙 대표의 전무 발탁 가능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번에 기업은행 수장 자리를 놓고 김성태 행장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 행장과 최 대표는 이전에는 전무 발탁 경쟁으로 일합을 겨룬 바도 있다.

두 번 모두 김 행장에게 밀리긴 했지만, 그만큼 출중한 인물이다. 그래서 ‘최현숙의 행장 낙마 이후 다음 쓰임새’ 즉 새 역할론이 회자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장으로서는 유력한 라이벌이었던 인물이 편한 파트너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업은행에는 경쟁자였던 사람이라도 중용하고 또 서로 호흡을 맞추는 2인자 묘수 경험이 있다.

김도진 전 행장 체제에서 임상현 전 전무가 발탁돼 호흡을 맞췄던 성공 사례의 기억이다. 

1959년 출생인 김 전 행장은 임 전 전무보다 나이는 한 살 많지만 임 전무보다 3년이 늦은 1985년에 입행했다. 입행 뿐만 아니라 임원 승진도 임 전 전무가 김 전 행장보다 빨랐다. 이런 구도가 김 전 행장의 행장 낙점으로 뒤집혔기 때문에, 김도진 체제에서는 임 전 전무가 당연히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전 행장은 IBK저축은행 대표로 나가 있던 임 전 전무를 저축은행 이동 후 불과 6개월여 만에 전무로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장을 지내는 등 요직을 많이 거친 덕에, 오히려 ‘김도진보다 인지도 높은 임상현’이라는 평마저 있었다. 그런 편치 않은 이를 2인자에 발탁한 이유는 다름아닌 실력 문제였다.

2018년 당시 자금 세탁 논란이 국내 은행권을 덮쳤다.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FS)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은행들은 대책 마련이 절실했고 특히 기업은행은 해결 적임자를 2인자(전무)로 띄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 대표가 전무가 될 경우 여신 전문가로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 김 행장을 잘 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에 입행한 이래 마케팅과 기획, 전략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으로 꼽힌다. 최 대표는 여신관리부장, 여신운영그룹장 등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기업은행 실적의 여신 구도에 경고음이 들어왔다는 해석론이 제기된다. 3분기 기준 지난 1년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약 1조3000억원 증가하는 사이 담보대출은 약 14조7000억원 늘어났다. 4분기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중소기업 신용대출은 1년새 약 1조8000억원 커졌고 그 기간 담보대출은 14조8000억원 정도 증가했다. 기업은행이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에 주력했다는 의미로, 이는 국정감사에서 매번 지적됐던 문제다.

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 역시 상승 추세를 보였다. 종합하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근원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김성태 체제에서도 이 해법을 제기할 2인자의 역할이 크게 중요해진다.

여성 몫 발탁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최 대표를 차기 전무로 당국이 선뜻 허락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전무 경쟁은 애초 ‘IBK저축은행 서정학 대표 대 IBK캐피탈 최현숙 대표 구도’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그런데 서 대표가 IBK투자증권 신임 대표로 최근 낙점된 이후에도 다시 전무 후보로 김형일 경영지원그룹장과 문창환 경영전략그룹장, 최 대표가 언급되는 3파전 풀이가 추가되고 있다. 

당국이 선뜻 낙점하지 않고 시험대에 계속 올리는 양상에 의구심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기업은행의 계열사 CEO 자리들을 외부 출신에게 내주기 위한 고심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번 행장 선출 과정에서의 관치 여진이 이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전대미문의 경제 상황 속에서 국책은행과 상장기업 사이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어려운 문제를 감안할 필요가 높다. 비이자이익 회복을 위한 외부 컨설팅이 의뢰된 데다, 노조에서는 시중은행 수준 희망퇴직을 바라는 상황이다. 어느 하나도 김성태 기업은행호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김도진 체제에 임상현 전무’가 있었던 것처럼, ‘김성태 체제에 최현숙 전무’ 그림을 활용할 필요는 높다. 관치라는 이름으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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