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렛츠런파크 서울’ 경마장
방문객 구성, 가족‧연인‧친구 등 다양
500원, 1000원 소액 베팅으로도 즐겨
간식과 음료 들고 ‘야외 응원존’ 인기
대공원 등 가까워 ‘나들이’ 명소 입소문
“과몰입 등 부작용 없도록 힘쓰는 중”

지난 2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경마는 사행산업으로 분류된다. 의미 그대로 이용자의 돈을 모아 특정한 행위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과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 사행산업은 이용자의 과도한 몰입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산하기관의 관리감독 대상이 된다. 경마 역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리 대상이다. 

그러나 경마 산업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경마 도박문제로 치유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8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합법 사행산업 중 치유원 방문자가 가장 많은 카지노 2159명, 스포츠토토 1744명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합법 사행산업 중에서는 경륜(374명)과 경정(37명)이 경마보다 치유원 방문자 수가 낮았다. 다만 2021년 기준 경마의 입장객수는 129만9000여명이었고 경륜과 경정은 각각 46만8000여명, 26만9000여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 경마 입장객수 중 0.064%가 치유원을 방문했다. 불법 사행행위까지 포함해 치유원을 찾은 전체 방문자 중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도 1.26%로 낮은 편에 속했다. 

지난 2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이용객들이 야외 응원장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이용객들이 야외 응원장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투데이신문

어두운 조명, 자욱한 담배 연기는 옛이야기 

한국마사회는 ‘렛츠런파크’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건전한 여가’라는 범위 내에서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유병율의 위험을 낮추고 고객들이 선진 경마 시스템을 하나의 문화로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전체 말 산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마장의 분위기 역시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미디어에서 흔하게 묘사하는 어두운 조명아래 담배연기 자욱한 마권 발매 현장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흡연 장소는 실외에 따로 마련했으며 내부 환경도 밝고 쾌적하게 조성됐다. 

실제 지난 2월 중순 현장에서 지켜본 ‘렛츠런파크 서울’ 방문객의 구성도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했다. 시설 안에는 한식, 중식, 분식, 패스트푸드, 편의점, 카페 등이 입점해 있으며 커피와 간식을 구매해 야외 응원존에 앉아 경마를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500원, 1000원씩 소액으로 베팅하며 경마와 응원 자체를 경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경마 1게임에 1명이 베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0만원이지만 평균적으로 1만2500원 가량을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족과 친구, 연인들의 동반 방문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렛츠런파크’를 주말 여가 보내기 좋은 장소로 추천하는 글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렛츠런파크 서울 말박물관 내부. ⓒ투데이신문
렛츠런파크 서울 말박물관 내부. ⓒ투데이신문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 가족끼리 와 볼만 해”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우 경마 시설 외에도 말박물관, 키즈아일랜드, 포토존, 승마경기장 등이 조성돼 있으며 분수광장, 폭포광장, 솔밭공원 등도 마련돼 있다. 말박물관에는 마구, 미술품, 민속품 등 각종 마문화 관련 자료가 수집‧전시 돼 있고 최근에는 사진작가들의 전시 무료 행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달부터 4월 9일까지는 김수정 말 전문 사진작가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김 작가는 지난해부터 대한승마협회와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말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데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도보 15분 내외 또는 지하철 1정거장 거리에 국립과천과학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서울대공원이 있다는 점도 ‘렛츠런파크 서울’이 가족 나들이 장소로 가진 장점이다. 해당 시설들은 오전 9시~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해 오후 6시에 일괄 마감하고 있어 주말 오전부터 방문해 나들이에 나서기 좋다. 다만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우 월요일, 화요일은 휴무이며 현장 경마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지 주변에 주점 및 유흥시설, 숙박시설이 없다는 것은 ‘렛츠런파크’가 가족단위 방문 레저시설로 거듭나는데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렛츠런파크 서울’을 방문한 이정훈(가명‧37)씨는 “처음 와 봤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괜찮다. 박물관도 있고 아이들 놀이 시설도 있어 함께 올만하게끔 잘 해놓은 것 같다”라며 “블로그에도 찾아보니까 많이 오는 것 같았고 가족들과 함께 한 번 와볼만 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모든 방문객이 즐겁게 돌아갈 수 있도록”

[인터뷰] 한국마사회 최영상 건전화혁신부장

경마에 대한 인식 변화는 마사회가 그동안 추진해온 건전화 사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마사회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주관 2021년 사행산업 시행기관 건전화 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합법 사행산업 9개를 대상으로 건전성 증대 및 부작용 해소 노력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매출 총량 준수율, 불법사행산업 모니터링 실적, 전자카드 확대 시행 실적, 사감위 현장 확인 지적 건수 감소 실적 등에서 만점을 받았다. 

특히 전자카드를 통한 마권 구매는 실명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최대 베팅 금액 제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마권 구매 도입 역시 접근성 확대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실명거래, 한도 5만원 제한 등의 정책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한국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구매 도입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부정적 인식을 얻고 있는 장외 발매소를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한국마사회 최영상 건전화혁신부장과 함께 그동안 추진해온 건전화 사업과 레저산업으로서의 경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건전화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경마는 아시겠지만 배팅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과몰입 내지는 중독 같은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그런 문제가 최대한 없도록, 경마가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건전화 사업의 목적이다. 

Q. 세부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

우선 저희는 공공기관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감독기관으로 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무부처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게 제도를 검토하고 시행하는 게 가장 큰 틀이다. 이를 반영해 지난 2021년도 말 건전화 중장기 종합추진 계획을 세웠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건전화 평가에서 우수 기관 등급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유병률 감소, 전자카드 매출 상승, 불법사이트 폐쇄 확대 등의 성과 목표가 있으며 17대 과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자카드 매출비중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전자카드는 실명 기반으로 은행계좌와 휴대폰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건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명 구매가 높아지면 구매상한도 잘 지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Q. 그동안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건전화 평가는 계속 B등급 이상의 우수 등급을 획득을 하고 있다. 유병률도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며 전자카드 매출 비중은 36.5%를 달성했다. 전자카드 매출 비중의 경우,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100%까지 올리는 것이 마사회의 목표다. 불법사이트 폐쇄 건수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2021년도에는 1만118건, 2022년도에는 1만2117건의 폐쇄가 이뤄졌다. 

Q. 온라인 불법 경마가 그렇게 많은가. 

찾아보면 정말 많다. 매년 단속해도 계속 생겨난다. 이를 위해 폐쇄 건수 성과 목표를 세우고 유관기관 공조 강화, 불법 단속 체계 및 프로그램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특정 문구가 들어간 사이트들을 자동으로 탐지해 단속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Q. 마권구매상한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기도 하고 저희도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모든 방문객을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인창구에서 왜 마권 구매를 막냐며 욕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위반한다고 처벌할 수 없고 강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계도와 홍보를 통해 구매상한선을 지켜 달라 호소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씀드렸듯이 전자카드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구매상한선이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온라인 마권 발매가 도입되면 사행성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저변 확대가 건전화와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저희는 저변을 넓히면서 참여자들이 보다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기본적으로 실명 기반이기 때문에 경륜과 경정에서 도입할 때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크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이밖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하면 구매상한선을 5만원으로 운영해 사행성 위험을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또 철저하게 1인 1계좌를 준수할 수 있도록 휴대폰 인증이라든지, 필요하면 생체인증을 통해 타인이 절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건전화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장외발매소 사업장도 점차 문을 닫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Q. 끝으로 경마가 건전한 레저로 자리 잡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비전이 있다면.

경마가 진정한 여가 및 레저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최대한 건전하게 그리고 오는 분들이 즐겁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심취해 중독이 되면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한명이라도 이런 분들이 안 생기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충실히,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마 건전화를 위해 내놓는 정책에 따르고 국회에서 나오는 얘기들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대 목표, 17대 과제 역시 최대한 집중해 추진할 예정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유병률을 낮추는 것, 경마를 불건전하게 이용하는 분들이 한분도 없게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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