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 민사소송, 펀드 출자자 정보제공에 실패...2심서 결과 뒤집혀
선박펀드 문제 2015년 대법원서 패배...이번에도 기본 골자 같아
매각 악재 우려 가능성도...IB 강화 최근 노력들 보호의무 논란 상쇄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마유(馬油) 때문에 SK증권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 사안 때문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위기에 몰렸다가 지난 9일 간신히 비껴갔고, 최근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혀 60억원짜리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약점 노출이 이미 ‘오래된 미래’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이번 마유 사건의 패소 원인은 지난 2015년  선박펀드 사건 구조와 흡사해, 사실상 투자은행(IB) 업무 경쟁력 부실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모펀드로서는 SK증권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이고 우리금융그룹 증권사 매입 추진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때인데, 리테일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IB 경쟁력까지 디스카운트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GP 논리 8년만에 깬 논리, 선박펀드 사건과 흡사

사건의 시작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사모펀드를 세워 비앤비코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데 있다. 비앤비코리아는 마유크림의 대중국 수출 호재로 실적이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화장품 업계가 휘청일 때 이 회사도 큰 타격을 받았고, 투자자들 역시 큰 손해를 입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이른바 레시피 분쟁과 공장 설립 정보의 해석 문제다. 브랜드사인 클레어스코리아가 마유크림의 개발 및 제조(레시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것. 클레어스코리아와의 분쟁으로 유통망 관리에 실패했고, 비앤비코리아의 실적이 타격을 받았다. 관점에 따라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보다 이 문제가 악화의 본질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더욱이 2016년 말 이후에는 클레어스코리아가 자체 공장 완공으로 독립하면서 상황은 정점을 찍었다. 클레어스 측의 공장 설립 추진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 제대로 알렸느냐, 어떻게 정보를 파악하고 어떤 경고를 해 줬느냐를 놓고 무한책임사원 및 운영책임자(GP)인 SK증권과 유한책임사원(LP)인 하나증권 등 투자자 간 갈등이 불거졌다.

우선 LP들은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엔 LP 중 일부만 참여한 데다 2심까지 모두 SK증권에 형사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며 흐지부지됐다.

이후 하나증권 등 4개사가 민사소송을 진행해 왔는데, 민사 1심에서는 SK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클레어스코리아가 공장을 신축한다는 사실은 이미 대외적으로 공표가 된 내용이어서 LP들도 자연스레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GP(SK증권)가 클레어스코리아가 자체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민사 항소심(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SK증권 측이 클레어스코리아 생산공장 신축 기사를 접한 뒤 공장 신축 의도나 그 배경 등에 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고 짚었다. 

또한 SK증권이 마유 크림 레시피권 분쟁 관련 핵심 리스크에 관해 분명하게 조사해 LP들에게 고지했어야 하는 주의 의무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선박펀드 판매 및 운용사는 위조계약을 파악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보호의무 위반이라며 KDB생명보험이 SK증권 등을 피고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경우와 주의의무 및 정보제공 논리가 같다. 2015년이면 위의 마유 사건의 본격적 불씨가 붙기 시작할 무렵으로, 큰 피해에도 SK증권이 교훈을 살리지 못해 8년만에 흡사한 손실이 재연됐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서울 여의도 SK증권 사옥. [사진제공=SK증권]
서울 여의도 SK증권 사옥. [사진제공=SK증권]

일부 LP만 민사소송에 50% 2심 판결...나머지 LP 추가 소송 가능

이를 놓고 SK증권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단까지 가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상고가 이뤄진 상황으로 SK증권 관계자는 “형사 분쟁과 본건 민사소송 1심을 전부 승소한 바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1심을 취소한 2심 결론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한한령(사드 사태)로 인한 대중국 수출 부진이 경영난 원인이었고, 이후 비앤비코리아의 매각시 가치가 크게 상승한 점 등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위에서 설명했듯 사드 사태로 인한 수출 타격 외에도 클레어스코리아와의 레시피 분쟁과 공장 건립, 관계 단절 등이 더 큰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이런 문제들의 복합적 작용 와중에 각종 정보를 전문적으로 끊임없이 수집,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알려진 정보(노출된 리스크)인지 조사와 설명(경고)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나이브하게 보는 시각 대신 똑같이 SK증권이 패소했던 2015년 대법원 사건에서 보듯 선박 위조계약 파악 의무처럼 이를 강력하게 인정하는 예가 부각되고 있다는 데 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쟁점을 둘러싼 해석과 적용이 모호하다며 피해 투자사(LP) 중 4개사만 민사소송을 진행, 이번에 항소심 승리라는 결실을 맺었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SK증권으로서는 청구금액 중 50%를 패소, 책임 부담을 지는 항소심 판결을 받은 셈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상호간에 주의의무 분담 비율을 반으로 내놓은 판단이라 다시 전부 패소 판결보다 오히려 부담이 더 크다.

아울러 4곳 외에 다른 LP들도 뒤늦게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비앤비코리아는 결국 현재 마유크림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타제품 라인으로 국내 영업을 이어나가며 지난해 매출 300억원선을 올리고 있다. 사모펀드가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결국 펀드 청산 즈음에 손실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펀드 청산 이후 만약 손실이 확정되면 일반적인 수준에서 투자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곳이 적지 않다. 후순위 LP인 유한회사 태석 외에도 고소, 민사소송에 회의적이었던 LP들만 5곳, 출자금액은 190억원에 달한다. 이번 120억 소송의 2심 논리를 적용하면 95억선의 추가 부담이 가능하다고 추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LP들의 반쪽짜리 집단행동으로 형사 및 민사분쟁에서 SK증권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서는 듯 했지만 일단은 상황이 악재로 전환된 모양새다.

매각 필요한 SK증권, IB 기능 강화 나서보지만...악재 고심

문제는 IB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SK증권이 계속 투자자 보호와 정보제공의무 등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데 있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SK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마무리했다. 과거부터 일반 리테일보다는 IB가 강한 업체로 평가받았다. 다만 SK 계열 회사채 발행물로 시장 내 탄탄한 입지를 쌓았던 후광 효과가 근래 사라지고 있다는 평도 듣는다.

SK증권은 그래서 IB 부문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을 지난해부터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커버리지 업무를 담당했던 이를 본부장을 영입했고, 커버리지 조직을 1본부와 2본부 체제로 확대 재편했다. SK그룹 외 다양한 기업으로 커버리지 영역을 넓히는 포석이다.

다만 IB 강화의 본질적 투자 관련 분석과 보호 문제에서 선박펀드에 이어 마유 건까지 고배를 받아들면서, 노력이 반감된다는 평이다.

더욱이 SK증권은 현재 매각 단골 매물로 거론되며 우리금융그룹 인수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으로서는 IB보다는 리테일이 강하고 보유 소매망이 넓어 은행 등과 시너지를 낼 증권사가 더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지만, IB가 강한 소규모 증권사 매입 후 우리종금과 합쳐 경쟁력과 몸집을 키우는 모델로 차선으로 거론된다. 그렇다 해도 IB 역량에서 마이너스 평을 내고 있는 현재의 SK증권 상황은 매각시 매력 반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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