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제7차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민·당·정 간담회

뱅크런, 인플레 나비효과…중소은행 ‘치명타’
‘크립토 윈터’ 향방, 연준 통화정책에 달렸다

국민의힘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 등 제7차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민의힘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 등 제7차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최근 실리콘뱅크은행(이하 SVB) 파산 사태의 여파가 글로벌 각지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와 정책위원회, 정무위원회는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SVB 사태&크립토 윈터, 금융발 경제위기 다시 오나’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박선영 교수는 SVB 사태에 대한 평가와 전망, 금융발 경제위기 가능성을 조명했다.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함께 성장해왔으며, 스타트업 업계의 밸류에이션 하락에 따른 인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폐쇄됐다. 규제 면제에 따른 영향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대출 포트폴리오 자체가 다소 불안정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규제 문제인지, 혹은 모니터링 문제인지 알 수 없으며, 향후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요지다. 

박 교수는 은행이 가진 태생적 취약성에 주목했다. 은행의 근본적인 기능은 만기변환으로, 단기예금을 받아 경제 생산성을 높이는 장기투자가 가능하게 대출을 중개해준다. 이 지점에서 취약점이 발생하며, 예금자 보호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기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은 예금자들을 대신해 대출자들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며, 생산성 높은 대출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따라서 은행이 망하면 신용공급이 감소하고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대외적으로 안정된 모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덕적 해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이 필요하며, 정부당국의 정책적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국내의 경우 제2금융권 등이 가진 취약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동국대학교 박선영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동국대학교 박선영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대 경영학과 이종섭 교수는 금융권 뱅크런의 여파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파이 시장에서는 담보자산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자주 활용하는데, 뱅크런이 발생하며 USDC의 급격한 디페깅(스테이블코인과 실물 화폐 간 가치 고정 해제)을 유도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연쇄 마진콜을 유발하고, 다이(DAI) 또한 이로 인해 급격히 디페깅됐다. 이런 식으로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동시에 붕괴되면 생태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규제당국의 시장안정조치와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뱅크런 사태의 여파가 타 금융자산 시장으로 번지는 것은 끊어내는 분위기지만, 중앙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은 다시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됐으며 탈중앙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 수요도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 상황이다.

그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현재의 뱅크런이 중소은행 붕괴 정도에서 멈춘다면 연준도 금융 안정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헤지 기능을 가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로 확산된다면 위험 회피도가 급증하고 유동성 위험이 커지며 기술주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들의 가격이 동반 폭락하게 된다. 특히 미 대형은행 붕괴까지 이어질 경우,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함께 붕괴하며, 이는 디파이 시장의 연쇄 마진콜로도 이어져 크립토 윈터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교수는 “2022년에는 디파이 시장의 위험이 전통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으나, 올해는 금융권 뱅크런의 여파가 전통 금융에서 디파이로 향하는 반대 방향의 위험 전이가 발생했다”며 “뱅크런으로 인해 중앙은행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증가한 점은 탈중앙 금융에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앞으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며, SVB발 금융위기의 종착역이 어디인지에 따라 매우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 측 인사들은 필요 시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발 시장불안에 각국 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며 국내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아직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번 위기와 같은 불안요인들이 재연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융시장 및 업권별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부동산 PF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도 기존에 마련한 정책대응수단을 토대로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가겠다”며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은 24시간 금융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필요 시 관계기관 공조 하에 신속히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이명순 수석부원장도 “SVB 등이 뱅크런에 직면해 폐쇄되며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다행히 앞으로 금융당국이 리스크 차단을 위해 즉각 조치를 취하며 안정화되고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건전성이 높지만 안심할 수는 없기에 관련제도 정비와 감독을 강화할 것이며, 부동산 PF 관리감독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는 “주목할 이슈 중 하나는 은행과 가상자산의 연계성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기에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신속한 대응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가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가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행사를 주최한 국민의힘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은 지진을 예로 들어 금융위기의 예방과 절감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진의 경우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금융위기도 노력을 통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피해를 줄이는 두 가지 노력이 동시 진행돼야 한다”며 “어디까지 갈지도 불분명하고 아직은 국내 금융시장이 잘 버티는 것 같아 안심은 되지만, 이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이라는 기관을 금융위기 이후 안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측면도 커졌으나, 공적 자금을 가지고 은행을 도와주는 것이 특혜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예금주들에게 예금을 돌려주려면 은행이 살아있어야 하고, 예금주 보호라는 큰 그림 때문에 구제금융을 주관하는 것이며, 이번 사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창현 디지털자산위원장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민의힘 윤창현 디지털자산위원장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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