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진로아카데미 정태준 대표, ‘아빠 무슨 일(JOB) 있어? 1-day 캠프’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많은 아빠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일 테다.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서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자녀가 무엇을 하고 살아갈지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때 아빠들은 실제로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자녀를 위해 하루 시간을 낸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까? 막상 가족과 자녀를 위해 노력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이런 질문에 실제로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전문 프로그램을 선보인 직업 전문 컨설턴트가 있다.

정태준 대표강사. ⓒ투데이신문
정태준 대표강사. ⓒ투데이신문

아빠진로아카데미 정태준 대표는 한국능률협회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ENC 등에서 인사 업무를 주로 맡은 경력을 살려 직업 관련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2020년 본격적으로 돛을 편 ‘아빠 무슨 일(JOB) 있어? 1-day 캠프’는 전문성과 흥미를 모두 갖춘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코로나 위기도 잘 넘기면서 자리매김에 성공한 이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0년 후 유망직업, ‘척 보고’ 알 수는 없지만...

약 17년간 여러 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맡았던 그는 10여년간 취업 진로 컨설팅을 하며 다양한 직업과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이 경험이 농축되고 자녀들의 직업 선택에 아빠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도 더해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빠 무슨 일(JOB) 있어? 1-day 캠프’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탁월한 인사 및 인재개발 경력만 보고 사람을 한 번 ‘척 보고는’ 어울리는 직업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강연 중인 정태준 대표강사.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강연 중인 정태준 대표강사.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직업이 1만5000개 정도라고 합니다.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 않나 싶은데요. 그러나 시류에 따라서 자녀가 어떤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지 천천히 구체적으로 찾아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그 찾는 과정을 학교나 사회에서 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자녀들 관점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부모가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평생을 보내야 하는 약 30년 후의 유망직업을 미리 정확히 예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트렌드를 보면 답을 추측할 수는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정과 적성, 성격 등을 고려해 찾아가는 첫발을 떼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력자는 부모 특히 아버지라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정 대표는 “‘자녀의 직업과 진로는 부모가 찾아줘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방 공무원 대상 아빠 무슨 일 있어? 진행 기념사진.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소방 공무원 대상 아빠 무슨 일 있어? 진행 기념사진.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직업이 매개체...아빠와 자녀의 ‘소통’에 날개를

부모의 역할이 이 과정에서 특히 모두 중요하지만 아버지 즉 아빠와 직업을 연결지어 프로그램을 특성화한 배경은 무엇일까? 객관화와 정보의 양, 가족 내에서의 아빠와 자녀의 위치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자녀 직업에 가장 적합한 조언을 줄 이는 아빠라는 것.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그는 처음 상담을 배울 때에도 “가족을 상대로 상담을 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이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진로와 진학이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진학 문제에 엄마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직업을 위한 조언은 아빠가 분담하는 게 적합하다고 정 대표는 짚는다. 아울러 아빠가 직업적 영역에서도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가장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바깥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는 아빠에게 적합한, 반대로 말하면 가정사에 소홀한 아빠가 직업을 매개로 가족에게 다가설 금상첨화의 길을 제시해 주는 게 정 대표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정태준 대표강사는 아빠 무슨 일 있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전문가다.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정태준 대표강사는 아빠 무슨 일 있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전문가다.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코로나 때엔 비대면 교육도...기업 등 문의 꾸준

‘아빠 무슨 일(JOB) 있어? 1-day 캠프’는 상황에 따라 세부 과정이 변경될 수는 있지만 총 7교시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1교시 45분간 ‘자녀와 부모 서로 이해하기’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간 서로의 장점, 자랑스러운 점, 좋은 점을 찾는다.

2교시 ‘직업의 세계(45분)’에서는 부모의 직업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고, 자녀가 관심있어 하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3교시(45분)는 ‘우리 자녀가 좋아하는 것은?’에서 직업 흥미를 탐구하는 데 이어 4~6교시(135분)에 ‘자녀가 원하는 직업 찾기’를 진행한다. 7교시(50분)는 강사와 부모의 대화 시간인 ‘잡 콘서트’로 꾸며진다.

현재 이 캠프는 기업과 대학을 상대로 활동한다. 공개과정도 한 번 있었다. 직원을 대상으로 복지 차원의 사내 과정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기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대표는 수요 규모가 더 커지고 일반에 널리 알려지면 개별 신청 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의 재능기부 차원에서 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다.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의 책(아빠 무슨 일JOB 있어?) 출간을 기념하는 무료 특강(2021년 2월)은 코로나 시국을 감안, 온라인 비대면 특강으로 기획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사회적 약자 부모들을 위한 ESG 기부 차원에서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충실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 프로그램의 최대 진행 횟수는 연간 9회 정도다. 

아빠 무슨 일 있어? 프로그램 참여 자녀가 실제 작성한 설문지. [사진제공=아빠진로아카데미]

평생 같이 자녀와 직업 고민 같이할 생각의 힘 길러주기

“참가 신청자에게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만 갖고 오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캠프에서 설문지를 받아보면 ‘아빠가 관심 가져주는 걸 처음 알았다’거나 ‘같이 시간 보내서 좋았다’는 자녀들의 반응이 많습니다. 진로든 생활이든 갑자기 ‘이제 이야기를 같이 해 보자’고 말을 던져서 될 일은 아니잖아요. 대화를 시작할 계기가 되어주고, 또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직업과 진로에 대해 아빠가 꾸준히 정보를 찾고 의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그램이 충실하지만, 한 번 듣고 직업을 찾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는 지양한다. 직업에 대해 자녀들과 꾸준히 생각할 힘을 길러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사춘기가 오면서 소통이 끊길 나이대의 자녀를 대상으로 직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평생 부모와 자녀의 소통거리를 열어주는 셈이다. 

정태준 대표강사. ⓒ투데이신문
정태준 대표강사. ⓒ투데이신문

정 대표는 “교육은 한 번 진행하면 효과가 6개월 지속된다고 한다”면서 “처음에 자녀들과 같이 프로그램에 오는 게 어렵지만, 그 이후에 같이 직업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부모가 같이 생각을 할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보강해 주는 게 17여년간 인사 부문에서 활동해 온 정 대표의 전문성이 빛나는 부분. 

“대부분의 회사가 60대 정년이지만 많은 이들이 74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느끼는 세상입니다. 정년을 맞이하고도 10여년 일해야 하는 사회, 평생 4,5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IMF를 기점으로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이 없어진 상황에 아이들 본인들에게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라고만 하는 건 가혹한 일입니다. 부모가 새로 생기는 직업 등에 계속 관심을 갖고 조언해줄 필요가 있죠.”

더욱이 전문직이 아닌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게 정 대표의 지적이다. “기존에 직업 경험을 풍부하게 가진 아빠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기존 정보에서 확장성을 이야기해 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프로그램을 통해 배워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자부심이다.

‘아빠 무슨 일(JOB) 있어? 1-day 캠프’의 인기가 더 높아지면 정 대표가 꿈꾸는 ‘추가 숙제’가 있다. 한 번 교육을 받은 아빠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녀들과 진로 상담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추가로 보충할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체계적인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아빠 무슨 일 있어?의 확장판’은 어떤 모습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