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br>
▲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범롯데가의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여전히 시끄럽다. 지난해 10월 ‘사업 종료’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에는 신동환 대표의 부인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서다.

푸르밀은 사업 종료 즉 전원 해고라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카드를 꺼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30% 감원과 자구책 마련으로 방향을 튼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푸르밀은 2018년 이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유제품을 대체할 새로운 캐시카우를 개발하는 데 소홀해서라는 지적과 함께, 이것이 오너 일가의 경영 정책 실패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럼에도 지난달 말 신 대표의 부인을 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신 대표 가족 경영 체제는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이사회 면면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사내이사에 등재돼 있던 김재열 전 부사장은 지난달을 끝으로 물러났다. 김 전 부사장은 2021년 12월 영입돼 편의점 RTD(Ready To Drink) 음료와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온 변화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런 김 전 부사장과 업무와 큰 전문성이 없는 신 대표 부인의 이사회 배턴터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더욱이 푸르밀 감사는 푸르밀 유관 운송업체를 경영해 독립성 논란을 빚은 모씨가 계속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 영업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냐는 의구심마저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잖아도 푸르밀은 지난해 사업 종료 논란 당시에도 오너 일가 이익만을 위한 꼼수 시비를 겪었다.  매각이나 청산 대신 굳이 사업 종료라는 방식을 택한 배경에 임직원은 모두 내보내되 법인은 살려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대선건설과 세양월드 등 가족회사를 적극 활용, 푸르밀의 임직원은 모두 해고될 망정 이후 푸르밀의 자산 활용할 방법을 찾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 것. 대표적으로 푸르밀이 보유한 서울 문래동 사옥은 2호선 문래역과 가까워 개발 차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았다.

실제 사정이 어떻든 경영 정책 실패 책임론과 사업 정리의 방향을 둔 이런저런 추정까지 나온 점은 오너 일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신 대표의 부인을 새 이사로 굳이 택한다는 점은 시장과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소통 의지 부족이라고 할 법하다.

정말 그 정도로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혹은 사람을 찾을 의사가 부족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단순히 상법상 이사회 최소인원선을 맞춰야 해서 주변에서 빨리 교체 선수를 찾았다는 건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푸르밀 같은 오너 일가의 전횡 논란들을 종종 보노라면, 경영권 침해 논란이 있는 개념임에도 노조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인 ‘노동이사’ 개념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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