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렬&nbsp;한국CEO경영지원 대표<br>- 한국정책자금지원센터 &nbsp;자문위원<br>- 고려경영연구소 자문위원<br>
△ 최영렬 한국CEO경영지원 대표
- 한국정책자금지원센터  자문위원
- 고려경영연구소 자문위원

영화 어벤져스를 보면 등장하는 히어로들이 서로 화상 회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원격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화상 회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장면으로, 불과 몇십 년 전만해도 우리에게 머난 먼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기술이 우리의 일상 일부가 됐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바이러스 창궐 사태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사회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손씻기는 기본, 사람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은 직접 출근해 동료들을 대면하는 것이 아닌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 회의를 통한 업무를 진행하고, 학생들은 직접 학교나 학원을 가서 교강사와 대면하며 수업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화상을 통한 수업을 진행하게 된, 비대면 기술의 일상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얼굴을 직접 마주보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활로 역할을 해주게 됐다. 이에 따라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비대면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한 한 기업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주식회사 글로랑은 원래 유학 컨설팅 스타트업 회사였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발생으로 해외 여행이 제한되자 진행하던 사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회사의 대표는 즉각 사업의 방향을 바꿔 ‘꾸그’라는 이름의 비대면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때, 글로랑의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프로그램에 선정돼 초기 사업화 지원과 멘토링을 지원받았고, 코로나 특수성을 잘 이용해 국내 최대 규모 벤처 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뮤렉스파트너스 등의 투자를 받아 160억원을 투자 받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 매출액이 16억원이었던 꾸그는 2022년 성장 매출률 100%을 이뤄냈다.

글로랑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의 전반적인 행동 자체가 비대면화되는 것도 비대면 시장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사람 간 접촉의 제약을 많이 받게 되면서 식당을 찾는 이보다 비교적 접촉이 덜한 비대면 방식인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2022년 기준 통계청 발표상 배달 종사자가 45만명을 넘어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상반기 34만명에서 10만명 이상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대면 시장의 발전은 대기업에서도 나타났는데 SK하이닉스는 2020년 2분기 때 영업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및 서버 수요 호조세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매출액 8조6065억원, 영업이익 1조9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늘고 영업이익은 무려 205.3% 급증했다.

이렇게 급격한 비대면 시장의 성장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비대면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의 일상에 적응되는 동시에 집에서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안전하기 위해 바깥 출입보다는 실내 공간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불안정한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늘어남에 따라 국가의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혁신적인 기업 육성을 위한 비대면 스타트업 정부 지원 사업의 문을 활짝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허청 등과 함께 각 부처의 정책 방향과 맞게 창업기업을 선발, 사업화 자금과 부처 전문성을 반영한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해 창업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3년 기준, 창업기업 270여개 사를 선발해 약 411억원을 지원해 기업당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교육 프로그램, 도시 재난 관리, 에너지,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비대면 사업 아이템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자를 선발하게 된다. 선발 시 지원 기간은 협약 후 9개월 간이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멘토링,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교육이나 의료 관련 아이템, 공교육 현장에서 활성도를 높일 수 있는 몰입형 체육 교육 아이템, 메타버스(AR, VR, XR 등)와 물류, 스포츠, 융합 미디어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이템을 우대 사항으로 평가한다고 하며, 서류 평가에서 최종 선정 규모의 2배수를 뽑는다. 이어 제품 서비스 개발 동기, 개발 방안, 시장 진입과 성과 창출 전략, 창업 기업의 대표자와 팀원들의 역량을 발표평가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선발한다. 신청 기간을 놓쳤더라도 너무 걱정하진 말자. 기회는 또 다시 올 것이고, 또 다른 기회도 있으니까.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는 정책자금융자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이는 창업을 통한 시장 진입,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융자 한도는 60억원으로 이자는 0.2% 내외다. 그런데 여기서 중점 지원 분야가 바로 비대면 사업이다. 메타버스 기술이나 인공지능, 그리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자금이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내년까지 기다리기엔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창업자에게는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참고해보길 바란다.

이제 이 비대면 사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일상이 됐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고 하나 한번 비대면의 편리함을 맛본 소비자들에게 비대면 경제는 이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학교들이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 문을 열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 사태에서 더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한 방법이자 자국 외 전세계 학생들이 언제든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학생을 받기 위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수익화를 높인 전략인 것이다.

해외에서는 ‘줌’이 화상 회의 분야 최고의 호황을 누려 매출이 2021년 기준 2억3450만 달러(한화 약 3095억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정부가 비대면 솔루션 수요를 직접 창출하며 성장세를 만들고 있다. 특히 비대면 사업 지원 정책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다면 좋은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창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청년 스타트업 대표에게도 이 기회가 적절하겠지만, 학생들이나 성인들을 위한 교육 아이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메타버스 엔지니어에서 사업가로 변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이며, 새롭게 발전하는 비대면 시장의 초석을 다져 해당 분야의 선두 주자들과 함께 비대면 열차에 탑승하게 되리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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