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br>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대구에서 푸르밀 운송기사라는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배송 물량이 너무 줄어 생활이 어려운데, 이를 개선할 방법을 회사나 노조나 모두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하소연의 골자였다.

운송기사들의 이런 주장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푸르밀 본사에 문의를 했지만, 제대로 된 홍보 측 답변은 얻을 수 없었다. “제품 개발이나 신제품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답변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홍보 담당자가 연말 퇴사해 버려서 마케팅 개발팀 등 다른 부서에서 임시로 홍보 업무를 나눠 맡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엔 석연찮다. 유통의 실핏줄을 책임지는 이들에 대한 질문이 그저 거북하거나, 혹은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해 버리고 싶었던 건 혹시 아니었을까?

한때 문을 닫느니 마느니 말이 많았던 유가공업체 푸르밀이 회생을 위해 현재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장에선 크게 두 가지 징표를 거론한다.

우선 새로운 판로로 hy(한국야쿠르트)와 협력한 점이 눈길을 끈다. 푸르밀은 지난 1월부터 hy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프레딧’에 대표 제품인 ‘가나 초코우유(카톤팩)’ ‘바나나킥 우유’를 공급하고 나섰다.

지난 4월에는 인기 개그맨 김경욱 일명 ‘다나카’를 앞세워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내놨다.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시장을 계속 노크하려는 징표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길을 닦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이 과연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든다.

우선 프레딧에 진출한 제품들의 경우, 자사몰을 강화하려는 hy와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푸르밀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남의 집 잔치에 헛심을 쓰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 말이다.

더욱이 회심작 다나카의 경우 찾아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불만이 나돈 바 있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돌연 선언하면서 대형마트·편의점 등과의 계약관계가 타격을 받은 상처가 여전히 깊어서다. 

유통망 재건은 중요한 숙제다. 앞서 말한 문제 때문에 현재 푸르밀 제품은 일부 슈퍼마켓 등 제한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나마 유력 편의점업체인 CU(BGF리테일)가 4월부터 푸르밀 커피음료 등을 다시 팔기 시작하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유통망 재건의 중요성은 미룰 수 없는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다나카 유통 사정을 제대로 뻥뻥 뚫기 위해서 당연한 지적이란 점은 불문가지다. 특히 파트너 hy와 바나나킥 우유 협업 효과를 모처럼 끌어내더라도 마찬가지다. 막상 최종 목표는 어디서나 바나나킥 우유를 팔기 위해서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자기 유통망은 절대적이다.

물론 유통을 살리는 게 쉽지는 않다. 파트너십을 새로 구축하는 읍소 작업이 쉽게 빨리 마무리될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제 배송 물량이 늘어날지 거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생산과 신제품 개발, 마케팅 등 다각도로 합심해 살려낸 회사가 과거의 영광에 화룡점정을 하려면, 유통과 배송이 살아나야 한다는 인식과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대전제는 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당장 답이 궁해도 유통 문제는 신제품 개발 뒷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사게끔 답변을 해서도 안 된다. 신제품이 줄지어 나오면 무엇 하겠나? 유통을 포기한 회사는 제품을 찾아볼 길이 없고, 혹은 남의 회사 유통망 강화나 시켜주는 데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는 또다른 막장에 만족해야 한다.

푸르밀이 지금 곳곳에서 신음하는 배송기사들, 그리고 대리점들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거나 뒤로 돌려둔 채 당장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리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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