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함의 반복으로 전체 인증처럼 홍보...2019년 당시 OEM 문제 상황과 흡사
KSA 검증만 최고 아니라며 언론에 적극적 안전성 강조 직접 나서 눈길
해명 태도와 타인증 깎아내리기 지나치다 다른 문제 키워 일말의 우려
전품목 도마에 올리는 인증 확대? 업체 측 답변, 내년 인증에나 가능할 듯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글로벌 유명 침대브랜드 씰리침대가 또 ‘라돈 해프닝’에 말려들었다. 사건의 크기로 보면 햇수로 5년 전 ‘라돈 침대 사태’에 비할 크기는 아니다. 다만 경솔함과 자신감이 빚어낸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부분이 없지 않다. 씰리코리아의 대응과 해법이 과거 사건의 데자뷔가 아닌 소비자 보호 강화로 연결돼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품목 인증 강조, 씰리코리아 ‘단순 실수’라지만...

22일 업계에 따르면 라돈 인증 논란은 대부분 수습이 끝난 모습이다. 씰리침대를 판매하는 씰리코리아가 지난달 말 한국표준협회(KSA)의 라돈 안전 인증과 무관한 매트리스 제품에도 ‘안전 인증 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벌어졌고, 해당 회사에서는 관련 논란 해명을 위해 공장 생산 공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번 달을 수놓은 이 같은 해프닝은 결국 지난 2019년 라돈 침대 사태처럼 파장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1 단독보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씰리코리아는 제품을 최대 62% 할인하는 11번가 라이브 방송 특가전을 진행하면서 판매 페이지 제품 상세 설명에 KSA의 라돈 안전 인증 마크를 사용했다. 브라이드 ET 등 다양한 제품이 특가 대상으로 소개됐지만, 문제는 현재 씰리는 KSA 인증을 일부 제품에만 받고 있다는 데 있었다. 

현재 라돈 안전 매트리스는 하모니, 모데라토 두 모델뿐. 하모니는 숙박업소 등에 들어가는 제품(B2B거래)이다. 굳이 평가하자면 씰리코리아는 1개 제품에서 라돈 검증을 외부 전문기관에서 받은 뒤 고객이 구입할 수 있는 전품목에 인증이 이뤄진 것마냥 확대 홍보를 한 셈이다. 씰리 측은 오프라인 판매 현장서도 매장 한 쪽에 라돈 인증서 등을 비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씰리침대가 11번가 라이브 방송 특가전을 진행하면서 판매 페이지 제품 상세 설명에 한국표준협 라돈 안전 인증 마크를 무단으로 썼다는 의혹이 부각됐다. 일부 품목만 검증을 받고 전체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한 것인데,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씰리 측에선 내놨다. [사진제공=11번가]
씰리침대가 11번가 라이브 방송 특가전을 진행하면서 판매 페이지 제품 상세 설명에 한국표준협 라돈 안전 인증 마크를 무단으로 썼다는 의혹이 부각됐다. 일부 품목만 검증을 받고 전체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한 것인데,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씰리 측에선 내놨다. [사진제공=11번가]

씰리침대는 라돈 사태 이후 라돈 인증을 8개 품목에서 받는 등 상처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다만 2021년까지 8개 제품에 대해 라돈 안전 인증을 유지하던 것에 지난해부터 변화가 있었다. 6개를 반납하고 현재 2개(즉 하모니, 모데라토 모델)만 받고 있다.

씰리코리아 측은 논란이 불거진 뒤 KSA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한편 라돈 안전성 자체에 대한 해명을 위해 공장 즉 생산 공정을 언론에 16일 공개하는 등 노력을 펼쳤다.

씰리코리아에 따르면, 여주공장 생산 전 제품과 수입품 전량에 대해 기기를 활용한 정밀 검사를 통해 라돈과 토론 등의 방사능 물질 유무를 확인한다. 

일부 품목에 대한 인증을 전체 매트리스 제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홍보하게 된 점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 아울러 인증 비용이 비싸서 인증 제품 수를 줄인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씰리코리아) 매출이 700억원인데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증비용 때문 아니다 주장...경솔 처리 과거 ‘OEM 여파’와 일부 닮은 꼴

다만 씰리코리아는 과거 2019년 라돈 사태에서도 경솔한 관리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어, 이번 해프닝도 단순 실수이긴 하나 과거 이슈를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당시 문제가 된 모델 6종 모두 씰리침대가 OEM 방식으로 국내 업체에 위탁 생산한 제품이었다. OEM은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상품을 제조하도록 타사에 위탁 주문하는 방식이다. 결국 당시 언론에선 미국 씰리침대가 OEM으로 생산해 국내에 판매되는 침대에 대해선 미국 본사와 동일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관리 감독상 주의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씰리침대라는 상표만 부착하고 제품 안전 기준 준수 등에는 그동안 부주의 했었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 결국 당시 씰리코리아 측은 언론에 “문제가 된 씰리 침대 전량이 국내에서 OEM 방식으로 자체 생산된 제품은 맞고 최종판매자로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2016년 말부터는 여주에 씰리침대가 직접 운영하는 생산공장이 생겨 OEM 방식 생산은 더이상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OEM이 사라지고 국내 여주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 지금도 결국 안전 관련(이번엔 인증에 한정되긴 하나) 실수를 빚어 진정성 우려를 듣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 부분은 씰리코리아 윤종효 대표가 직접 기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선 상황의 미묘한 발언 내용 때문이다.

그는 이날 공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인증은 표준협회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해를 불러온 점에 대한 사과와 안전성 논란 대응 투트랙을 진행할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시선을 특히 끄는 대목은 “오히려 완제품 샘플을 보내 검사하는 게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표준협회에 이런 문제를 불식하기 위해 원자재까지 모두 인증 받도록 하자고 했다”고 말한 점이다. 

씰리코리아 윤종효 대표. 그는 16일 언론 상대 해명에서 라돈 인증 관련 강경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제공=씰리코리아]
씰리코리아 윤종효 대표. 그는 16일 언론 상대 해명에서 라돈 인증 관련 강경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제공=씰리코리아]

윤종효 스타일 투트랙 해명, ‘완제품 검사 오히려 불확실’ 주장, 왜?

윤 대표는 “대한민국 그 어떤 브랜드도 매트리스에 대해 라돈 전수 검사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며 “일부 대표 제품에만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즉, 모든 매트리스에 대해 KSA 인증을 받는 업체는 없고, 대표적 모델의 매트리스 완제품만 보내서 검사를 받는데 누가 문제가 되는 제품을 보내겠냐고 항변한 셈이다. 특히 “실제 고객에게 판매되는 제품에서는 원자재가 달라질 수도 있어, 테스트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항변했다.

완벽한 검사란 없으니, 일부 검사 및 인증 관련 홍보 실수를 필요 이상 질타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검증 노력 전반이 왜 부각됐는지 또 여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은지를 생각해 보면 지나치다는 일각의 반론을 피할 수 없다. 2019년 라돈 사태에서 침대 업체들의 대처 문제가 원인이고, 또 위에서 보듯 씰리는 OEM 관리 등으로 일을 더 키운 측면까지 있었기 때문. 그럼에도 이 같은 대응은 지나친 자세, 또 자기들의 접근법이 완벽하니 굳이 KSA 검증을 높여 평가해줄 필요가 없다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논란까지도 자초하는 태도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측정 심사와 현장 심사 등에 약 2개월이 소요되는 KSA의 라돈 검사와 달리 다른 검사는 비용이 저렴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검사의 신뢰성이 약간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또 정작 고객이 KSA 인증을 원하지 않냐는 근원적 문제도 남아있다.  결국 이날 윤 대표도 “KSA 측과 원자재 검사, 불시 방문 검사 등 라돈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방법들을 건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검사 방법에 변화가 없고, 소비자가 KSA 인증을 원한다고 하면 예전처럼 전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한 발 물러선 태도,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이런 양보에도 정작 소비자들의 전품목에 대한 KSA 인증 요구가 확인돼도 수용할 길은 바로 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씰리 측은 이에 대해 인증 처리의 간격을 들고 있다. 

씰리 측은 금년도 및 향후 추가 KSA 인증 추진 노력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KSA 인증은 연말(12월~1월중) 중 1년에 1회 이뤄진다. 따라서 금년도 전체 인증은 시기가 지났으며, 내년도 전체 인증과 관련하여서는 논의 중”이라고 답해 왔다.  또 “현재 씰리코리아는 KSA 측에 원자재 인증 시스템 도입을 정식으로 건의하였고, KSA 측도 이를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힘겨루기나 씰리가 택한 자체 인증 우수 여부를 떠나서, 당장 바삐 내년도 KSA 인증을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 추진하려는 태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유야무야될 공산도 크다. 현 상황과 반대로, 이번 투트랙 해명에서처럼 실수를 근자감으로 대응하는 강한 접근 태도를 덜어내고 전향적인 대처를 한다면 인증 확대 등에 더 빠른 조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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