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항 도서지만 모두가 만족하며 웃는 섬 유부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서천 갯벌’...세계적 관심 끌어
민·관 지속적 노력 끝에 오랜 숙원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
타 미기항 도서에선 보기 힘든 ‘닥터 헬기 이·착륙장’까지
유부도 개선 시발점 ‘어촌 뉴딜 300’…개발 이정표 역할 톡톡히

유부도에 위치한 서천 갯벌 경관 ⓒ투데이신문
유부도에 위치한 서천 갯벌 경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충남 서천의 유일한 유인도 유부도. 이곳에는 저어새와 같은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16종과 넓적부리도요 등 국제적 멸종 위기 13종 등이 서식해 희귀 철새들의 마지막 쉼터로도 통한다. 이곳 주민들은 잠시 쉬어가는 철새들과 함께 이들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섬을 방문하는 조류학자, 철새 전문 사진가들과 함께 유유자적 살아간다. 

금강하구 일대에 위치한 유부도는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 및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두루 갖춰져 환경부 주관 ‘생태관광지역’에 지정된 바 있다. 이어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유부도 서천 갯벌이 지정되는 등 생태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까닭일까. 이 덕에 덩달아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그간 미기항도서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던 해양 쓰레기는 정기적으로 운항되는 쓰레기 수거선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 응급환자 이송 문제도 걱정 없다. 유부도 뒤편에 거대한 헬기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곳에서 유부도 인근 병원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다. 식수 문제 역시 정수시설 설치를 통해 머지않아 해결될 전망이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개선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고 생활하거나 물이 부족해 꽤나 고단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유부도의 생활에 흡족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 덕이다.

같은 미기항 도서이지만, 마을 주민들 모두가 불평불만 없는 유부도. 이곳 사람들이 자랑하는 유부도는 어떤 모습일까. 전국에 위치한 미기항도서는 늘 숱하게 외면받아 왔지만, 유부도 만큼은 달랐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의 자그마한 관심이 겹겹이 쌓인 이곳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유부도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서천군청 공무원들 ⓒ투데이신문
유부도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서천군청 공무원들 ⓒ투데이신문

차곡차곡 정돈된 해양 쓰레기…부지런히 옮기는 지자체

저 멀리서 거대한 배가 유부도를 향해 온다. 미기항도서인 탓에 접안시설이 마땅치 않지만, 보란 듯이 파도를 가르며 달려온다. 이윽고 힘겹게 접안을 마친 ‘늘푸른충남호’에서 중장비들이 힘겹게 섬 안으로 향한다. 아주 작은 실수만 생겨도 바다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이들은 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이들이 외딴섬 유부도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다.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핸들 더 돌려 옆으로 더”, “차를 뒤로 뺐다가 핸들 더 꺾어봐”

접안과 동시에 배에 탑승해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차량을 내리기 위한 고무패드를 바닥에 내려놓고 일제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거대한 트럭이 조금이라도 바퀴를 헛디다면,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해양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까지 다다르기 전 이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어느덧 차량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쉴 틈 없이 해양 쓰레기가 모인 곳으로 향한다. 차곡차곡 정돈된 해양 쓰레기가 가득한 작업 위치에 도착한 이들은 능숙하게 쓰레기를 차량에 실어 보인다. 유부도의 경우 금강하구에 위치해 해양쓰레기들의 집결지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선 해양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 덕이다.

익명을 요구한 늘푸른충남호 선원 A씨는 “유부도의 경우 금강하굿둑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양 쓰레기가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조금만 방심하면 이곳은 쓰레기로 가득찬 섬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리가 잘 되는 이유는 마을 주민들의 협조 덕”이라고 주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 기자가 해양 쓰레기 수거 공간을 둘러본 결과, 이곳에 모인 쓰레기들은 분리수거가 잘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일렬로 잘 정돈된 모습을 띄었다.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이들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힘을 합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 덕에 늘푸른충남호에 탑승해 있던 인력들은 손쉽게 마을에 있는 각종 해양 쓰레기들을 수거해 갈 수 있었다.

늘푸른충남호는 1달에 3차례 가량 유부도를 방문한다. 해당 배에 탑승한 인원들은 유부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킨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있었다. 그 덕일까. 이들은 마치 제 집인 양 하나의 쓰레기도 남기지 않고 착실히 실어 나르는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도 위기는 늘 도사리고 있었다. 쓰레기를 옮길 차량의 크기가 유부도의 실상과 맞지 않아 이동 시 차량이 바다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이에 서천군청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해양 쓰레기 수거 인원의 안전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아울러 유부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섬을 즐길 수 있도록 쓰레기 집하장을 새롭게 마련할 방침이다.

서천군청 해양산업과 연안환경팀 관계자는 “유부도의 해양 쓰레기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좋은 말씀들 해주시지만, 아직 부족하다 생각한다”며 “유부도를 찾는 관광객들이나 사진작가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쾌적한 환경에서 유부도를 누릴 수 있도록 현재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부도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한 상황”이라며 “현재 쓰레기 수거 차량의 안전을 위한 선양장 확충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관련 사업에 대한 해양수산부 인허가 부분 협의를 완료시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집하장의 경우도 새로 마련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더불어 현재 설계 작업에 있다”며 “공유수면이 보이지 않는 곳에 새로운 집하장을 설치하는 단계에 있는데, 이곳에 나무도 새롭게 심어 유부도를 찾는 이들이 최대한 해양 쓰레기를 마주하지 않고 유부도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부도 닥터헬기장. 정식규격에 맞춰 설계됨과 동시에 야간조명도 설치돼 있어 야간에도 응급환자 이송이 용이하다 ⓒ투데이신문
유부도 닥터헬기장. 정식규격에 맞춰 설계됨과 동시에 야간조명도 설치돼 있어 야간에도 응급환자 이송이 용이하다 ⓒ투데이신문

응급 환자 걱정 無…닥터 헬기장 효자 노릇 톡톡히 

유부도에서 또 눈길을 끄는 장소는 바로 닥터 헬기장이다. 그간 방문한 미기항 도서 지역에선 쉽사리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소다. 닥터 헬기는 각종 의료장비를 갖춰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이 탑승해 중증응급환자를 치료 및 이송하는 전용 헬기다. 날아다니는 응급실로도 통하는 이 헬기는 응급의료취약지인 유부도의 의료여건 개선에 큰 힘을 보탠다. 

지난 2019년부터 서천군은 닥터헬기 이·착륙장 건설 추진을 진행했다. 이후 2년이 흐른 2021년 약 2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뒤 부지를 선정해 준공 사업을 마무리했다. 해당 응급헬기 이·착륙장은 기존 부지 여건을 고려해 잡초 방지벽과 착륙장 및 진입로 태양광 표지 설치가 이뤄졌다. 서천군의 환경을 잘 이해한 뒤 공사에 착수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더해 지반 안정화 작업 후  블록 포장을 끝으로 가로 세로 각각 26m의 규모로 건설됐다. 약 2억원의 예산 투입 만들어진 닥터 헬기장 덕에 유부도 주민들의 삶의 질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26m2의 기적이다.

유부도는 현재 49세대 7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서천군 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유인도다. 그동안 유부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시 헬기가 아닌, 선박을 활용해 환자를 인근 도시로 이송됐다. 이마저도 선박 특성상 기상이 악화될 경우 이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닥터 헬기장 준공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응급상황 발생 시 지키기 힘들었던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실제 닥터 헬기장을 활용해 응급환자가 육지로 무사히 이동한 바 있다. ‘유부도 어촌 뉴딜 300사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 7일. 작업 차 방문한 외지인 A씨는 유부도 내 갈대밭에서 일하던 중 전기 톱날이 튀어 무릎을 크게 다쳤다. A씨는 즉시 닥터헬기를 통해 천안 소재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무릎 부위 봉합수술을 받는 등 즉각적인 대처를 통해 큰 화를 면했다.

유부도에 거주하는 주민은 유부도의 응급 의료 시스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섬에 살기에 응급 의료와 관련해 늘 소외됐던 과거와 달리, 지자체의 노력으로 응급 헬기장 마련과 더불어 달마다 1회 운항하는 병원선이 투입되면서 이들의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부도 어촌계 관계자는 “헬기장 설치와 더불어 병원선이 투입돼 마을 주민들의 근심 걱정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소외 도서지역의 사정을 우리가 잘 알 수 없지만, 유부도의 경우 마을 주민 대다수가 만족도가 높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유부도를 볼 적이면 괜히 뿌듯하고 행복하다. 유부도와 마찬가지로 다른 소외 도서지역도 서서히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웃어 보였다.

서천보건소 보건행정과 송숙희 팀장은 “지난 2016년부터 유부도 응급 환자 이송 체계 확보의 필요성을 느껴 닥터 헬기장을 준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지 확보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무산되는 상황이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2021년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고 완공까지 이뤄냈다. 착공 이후 두 번의 응급 환자가 발생했는데, 즉각적인 이송 조치가 이뤄져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잘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헬기장을 만들기 위해 직접 현장에 방문하는 등 적절한 부지를 찾아 나섰다. 헬기 프로펠러가 돌아감에 따라 모래가 주위로 튀어 민가에 피해를 끼치거나, 지붕이 날아가는 등 위험부담이 있어 최적의 부지를 찾는데 고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헬기장과는 차별점을 두고 싶어 보도블록의 색을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led를 설치해 밤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자치행정과 이진희 과장과 팀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헬기장 건설 이후로 많은 주민들이 만족해하시고, 주민분들의 자녀들이 이제 섬에 떨어져 사시는 부모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감사 제보도 들어와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외지인들의 출입이 많아 마련된 푯말. 유부도 주민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투데이신문
외지인들의 출입이 많아 마련된 푯말. 유부도 주민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투데이신문

도서지역의 희망 어촌 뉴딜 300…유부도 탈바꿈 일등 공신

이렇듯 같은 미기항 도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유부도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유부도는 타 도서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섬 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주민 대다수는 섬 생활 여건 개선 일등 공신으로 ‘어촌 뉴딜 300’ 사업을 꼽았다. 해당 사업을 기점으로 유부도의 생활 인프라가 급속도로 개선됐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어촌 뉴딜 300 사업은 혁신 어촌 구현을 위해 마련됐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특화 개발 추진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밀착형 생활 SOC 사업이 주요 내용이다. 생활 SOC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대규모 기간시설이 아닌 국민 생활 편익 증진시설로 기초 생활인프라와 더불어 문화, 체육, 보육, 의료복지, 공원시설, 안전시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뜻한다.

어촌 뉴딜 300사업은 어촌·어항법 제4조 6에 근거해 2019년부터 2027년까지 낙후된 어촌·어항의 지역재생을 위해 약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수산 분야 대표적인 재정사업이다. 단기간 내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까닭에 2019년 1차 공모는 142개소 중 70개소를, 2020년 2차 공모는 250개소 중 120개소가 선정됐는데, 유부도의 경우 ‘송림항 어촌 뉴딜 300사업’의 명목으로 2019년 12월 선정돼 기본계획을 수립·승인받았다.

이를 통해 유부도는 접안시설 정비, CCTV 및 안전 인프라 설치, 마을 안길 정비, 생태정원 조성 등 정주여건 개선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면서 자연 경관과 지역의 고유자산을 활용한 차별화된 특화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유부도는 어촌의 새로운 소득기반 창출과 더불어 어촌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부도 어촌계 김남규 반장은 “어촌 뉴딜 300사업을 통해 섬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섬을 둘러봤으니 알겠지만, 주민들이 다니는 길이나 관광객들을 위한 산책로까지 완벽하게 공사가 완료됐다. 과거에는 촛불을 켜고, 물도 직접 떠다날라 마시며 생활했는데 지금은 호텔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마을에선 보기 힘들던 깔끔한 신식 건물들도 들어서고 있어 어촌 뉴딜 300 공사가 끝난 뒤 변화할 마을의 전경이 아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관심 밖에 놓일 마을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다만,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유부도지만, 여전히 주민들을 위한 행정선이 다니지 않아 그 부분이 불편이라면 불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여객선, 도선이 운항하지 않는 미기항 도서 지역의 경우 행정선을 운영할 시 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부도의 경우 해당 사업에 선정되지 않아 별도의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 사업이다 보니 지원 선정 선박 대수가 한정돼 있지만, 오는 2024년도에  공모 신청이 가능하다”며 ”예산이 존재하는 한 소외 도서 항로 운영사업은 지속될 예정이니 도서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숱한 미기항 도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모두가 밝은 미소를 띠었던 곳 유부도. 지자체의 관심과 주민들의 노력은 외딴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힘이 됐다. 누구든 국민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어디서든, 그 누구든 소외된 이 하나 없이 이를 누려야 한다. 여전히 배가 닿지 않는 섬 유부도지만, 그 누구도 소외 받는 이 하나 없었다. 유부도는 미기항 도서의 모범적인 선례로 남았다. 아직 희망은 있다.

김남규 반장님  ⓒsosobongchan
김남규 반장님  ⓒsosobongchan

김남규 반장님께.

반장님, 송골송골 구슬땀 맺힌 채 맞이해주신 그 모습이 아직도 엊그제처럼 느껴집니다. 몹시 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부도를 방문하는 누구든 구김 없는 미소로 반겨주시던 모습은 여전히 뇌리 깊은 곳 박혀있습니다. 유부도만큼 아름다운 섬은 또 없다며 편히 둘러보시라던 말씀과 달리 저는 반장님께서 그간 남몰래 겪어왔을 모진 풍파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고 보낸 수많은 어두운 밤과 마실 물조차 쉬이 구하지 못해 없어 직접 물을 길러 갈증을 해소하던 그때. 하나, 둘 유부도를 떠나는 주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에 잠기셨었나요. 모쪼록 그간의 고생을 묵묵히 견뎌온 덕에 유부도 주민들의 얼굴에눈 하나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유부도로 오가는 배편이 마련됐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는 그 말. 오랜 기다림 끝에 180도 변한 유부도의 모습을 마주했듯, 반장님의 마지막 바람이 이뤄질 날도 머지않아 찾아오겠죠. 모든 것이 완벽한 유부도에 꿈에 그리던 행정선이 찾아오는 그날, 반장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지 벌써부터 설레기만 할 따름입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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