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큰 가치 지닌 섬, 소멸 문제 앞 방치 수준
미기항 도서 관련 통계 부족...개선 필요성 대두돼
세세한 정보 관리되는 일본...국내 시사하는 바 커
활발히 움직이는 섬진흥원, 국내·외 협업 이어가
진흥원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

미기항 도서 지역에 위치한 빈집. 관리가 되지 않아 주위에 잡초가 무성히 자랐다 ⓒ투데이신문
미기항 도서 지역에 위치한 빈집. 관리가 되지 않아 주위에 잡초가 무성히 자랐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국내 영토의 끝 섬의 인구가 모두 소멸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섬은 관광지, 해양주권 수호 및 해양자원 확보, 국가 안보 등 지정학적으로 매우 큰 가치를 지니는 공간이다.

다방면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는 섬의 인구가 소멸된다면 섬 특유의 전통문화 상실과 더불어 영토 주권 해상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섬 소멸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행정선이 오가지 않는 ‘미기항도서’는 사실상 다가오는 섬 소멸 문제 앞에 방치 수준이었다.

섬은 영토 주권을 행사하는 중요 기점이다. 영해는 영토의 끝을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영토의 끝이 ‘바위’인지 ‘섬’인지에 따라 인정되는 영해가 달라진다. 바위의 경우 12해리 영해만 인정되지만, 섬일 경우에는 육지 영토가 갖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까지 영해 및 영토로 인정된다. 미기항 도서 소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미기항도서의 특성상 거주 인구는 고령층이 대다수이며, 이마저도 실거주 인원이 적어 언제든 무인도로 변할 위기에 처해있다. 국제기구가 바위와 섬을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는 ‘인간의 거주 여부’, ‘독자적 경제활동 여부’가 있는데, 미기항 도서의 인구가 소멸해 무인도가 될 경우 영해 주권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미기항 도서의 사례를 방지해 섬 소멸 문제를 막기 위해선 섬 통계 자료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섬 관련 실태조사와 더불어 국가승인 섬 통계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외딴섬이지만 국민이 분명히 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해 할 수 있는 데이터조차 마련돼 있지 않으니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도서지역의 소멸로 나타난다. 

미기항 도서 지역에 방치된 빈집터. ⓒ투데이신문
미기항 도서 지역에 방치된 빈집터. ⓒ투데이신문

수박 겉핥기식 통계로는 어떠한 것도 바꿀 수 없어

통계는 주요 정책 결정이나 의사결정 등의 과학적 근거로 통한다. 따라서 통계의 유용성과 가치는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이렇듯 통계의 높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서지역 관련 통계에 관한 관심은 섬진흥원의 출범과 동시에 최근 들어 이뤄졌다. 이마저도 섬지역의 통일되지 않은 환경, 규모, 위치, 지형 탓에 보편적인 통계자료 확보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신뢰도 있는 섬지역 통계의 부재로 이어진다.

도서지역에 대한 통계를 실시하는 부서는 다양하다. 중앙 부처로는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등이 있다. 지자체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충청남도가 있고, 세부적으로는 기초지방단체인 △통영시 △보령시 △신안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국가기관에서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통계 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한국섬진흥원 ‘섬 통계 DB 구축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의 도서 지역 단위를 통계를 생산하고 공표하는 기관의 통계 항목은 인구, 사회 일반, 보건, 국토 이용, 농림, 수산 등 극히 제한적인 분야의 통계만 다루고 있다. 섬 생산 인력을 파악할 수 있는 노동 통계나 정보화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통신 통계, 섬 주민의 소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소득·소비·자산 통계 등은 작성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인구 통계의 경우 총가구 수, 총인구, 남·여 인구만 조사될 뿐 섬 인구 고령화 실태나 취학 아동 실태 등 다양한 인구 지표는 확인하기 어렵다. 섬 소멸 문제가 우리 사회에 가까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섬 실태 조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도서 지역 주민의 생활안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범죄·안전 통계는 작성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도서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전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국내 섬지역 통계의 현주소는 한정된 항목을 행정통계 중심으로 작성해 도서 지역 인구감소 및 고령화, 섬 주민 정주 여건에 관한 실태 파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본보가 방문한 제주시 횡간도의 경우 통계상 11명의 실거주 인원이 존재한다고 작성돼 있으나, 정작 횡간도에 거주하는 이들은 5명으로 오차가 존재했다.

또 주민 대다수가 노년층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주 여건이 매우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본보 보도 이후 제주시에서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언론에 알려지기 전까지 아무도 해당 사실을 몰랐고 사실상 방치 수준이었다.

정주 여건 문제뿐만 아니라 도서 지역 주민들의 치안 영역에서도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본보가 방문한 토도의 경우 타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마을 주민 A씨가 마을 이장과 이웃들에게 폭언과 폭력적인 행동을 수차례 반복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았다. 이는 주민들이 보복이 두려워 아무런 신고조차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기본적인 순찰활동만 이뤄졌어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일이었다.

본보가 해당 사실을 알린 뒤 전남도 자치 경찰위원회는 토도에서 벌어지는 일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관련 사안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렇듯 정기적인 행정선 및 여객선이 다니는 일반 도서 지역과 달리 배가 다니지 않는 미기항 도서의 경우 더욱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교통편이 발달된 도서 지역의 경우 정부 및 지자체의 손길이 간헐적으로 닿거나 민원 제기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지만, 미기항 도서는 철저히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대다수가 정보 취약 계층이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4월 발간된 ‘2021 이도통계연보’ [사진출처=일본 이도센터 홈페이지 캡처]
올해 4월 발간된 ‘2021 이도통계연보’ [사진출처=일본 이도센터 홈페이지 캡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도서지역 통계에서 배울 점

국토 전체가 섬으로 구성된 일본은 섬지역을 대상으로 한 통계와 정책을 ‘이도(離島)’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본토로 통하는 5개의 큰 섬을 제외한 6851개의 섬을 모두 이도라고 칭하는데, 해당 지역에 대한 통계는 이도 센터라는 조직을 활용해 수집 및 작성돼 공표된다. 섬지역 통계를 작성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해 각 섬 별 통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도 센터는 이도 지역의 진흥활동 추진과 지원에 관한 사업을 추진하고, 이도 주민의 생활 안전과 복지 증진을 도모하며, 아울러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조직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이도에 관한 조사·연구, 홍보잡지 및 기타 책의 간행·배포 자료의 정비 및 공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도 지역에 대한 통계 작성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세한 통계가 작성되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가 직접 작성한 자료뿐만 아니라 분야별 관련 조사와 기존 자료를 통해 통계를 보완하는 등 대부분의 통계가 주민기본대장, 국세 조사 등 행정 자료를 기반으로 이도 통계연보를 더욱 풍성하게 구성한다. 

또 일본은 인구, 산업, 시설 등 섬지역의 ‘기초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분류를 중심으로 섬지역 통계를 구성한다. 분류별 항목은 섬지역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표준산업분류에 가까울 정 도로 다양한 산업들을 1차, 2차, 3차 산업으로 구분하여 취업자(종사자) 수를 집계하고, 항구 및 항만 기준으로 수산업 및 교통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눈여겨볼 점은 이도 지역의 인구 통계 항목이다. 일본은 주민등록 인구와 더불어 인구 이동(출생, 사망, 자연증감, 전입, 전출, 사회 증감)을 집계한다. 또 연령 미상 인구, 생산연령 인구지수(%), 노령화율(%)에 대한 통계 작성을 바탕으로 지역 소멸 문제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통계 항목을 바탕으로 이도 센터가 제작하는 ‘이도 통계연보’는 일본의 이도에 관한 각종 통계의 기초 자료집이다. 총 18개 분류로 구성돼 92개라는 방대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일본은 지자체가 직접 작성한 자료 외에도 분야별 관련 조사를 활용해 이도 통계연보를 더욱 풍부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섬지역 통계 작성 체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국섬진흥원, 일본이도센터 간담회 방문 간담회 단체 사진 [사진제공=한국섬진흥원]
한국섬진흥원, 일본이도센터 간담회 방문 간담회 단체 사진 [사진제공=한국섬진흥원]

뒤늦게 움직인 정부...소멸 넘어 ‘진흥’ 가능할까 

섬 소멸 문제가 주요 사회 과제로 대두되자 정부도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내 섬 정책 컨트롤타워로 통하는 한국섬진흥원이 국내에 존재하는 섬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섬진흥원은 지난 2021년 전남 목포시에 개원해 국내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및 연구,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이다.

출범 1년째 되는 지난 2022년 섬진흥원은 도쿄 소재의 이도 센터를 방문해 국제교류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이를 통해 각 기관들은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담(TF) 팀을 구성하고 정례 세미나 개최, 섬 관련 국제행사 초청 등을 통해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섬진흥원은 올 5월 그리스 아테에서 다프니 네트워크(DAFNI, 지속 가능한 그리스 섬 네트워크)와 스마트 아일랜드 구축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그리스 도데카네스지역 상공회의소와는 지속 가능한 섬 네트워크 구축 업무협약을 맺는 등 세계의 섬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글로벌 섬 선도기관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제 교류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닌 이를 활용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로, 섬 주민이 ‘살고 싶은 섬’, 관광객이 ‘찾고 싶은 섬’을 만드는 데 기여할 방침이다. 실제 섬진흥원은 2021년 11월부터 매달 ‘찾아가는 섬 현장 포럼’을 열고 전국의 섬 주민,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함께 정책·진흥사업을 발굴하는 등 국내 섬 발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섬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미기항 도서가 직면한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단 한곳의 섬도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월 1, 2회 찾아가는 섬 현장포럼을 통해 정책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종 정책 현안을 공유해 소통과 협력관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섬 소멸 대응을 위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 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등 다양한 연구기관과 MOU를 맺고 연구조사, 학술교류, 교육사업 등 서로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며 “한국섬진흥원의 기본과제들이 내실 있게 진행돼 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섬 진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충남도 보령시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섬이 있는 광역지자체 및 기초 자치단체와 차근차근 업무협약을 체결해나가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참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직면해 있는 도서지역 문제에 대해 섬진흥원은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도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단 한 명의 소외받는 이도 없도록 하는 정책 수립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섬 지역에는 교통·의료·복지·교육·치안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 중 섬 지역 교통은 육지에 비해 가장 불리한 여건 중 하나”라며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연구기관 및 지자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기항 도서 지역을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해외의 도서지역 관리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스마트 아일랜드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스마트 아일랜드 구축 방안 연구는 ICT 기술과 기존 산업을 융합해 지역의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하는 새로운 대응 방안으로써, 섬 지역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스마트 아일랜드의 개념을 정립하고 구축 방안을 마련코자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근 6년간 국내 섬 인구 3만9000명이 감소했는데, 앞으로 2042년까지 섬 인구 18.1%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섬 지역의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섬과 관련된 부처와 기관의 협력과 연계가 필요하다. 각 섬의 역사와 정통, 정체성에 맞춰 각각 특성과 필요에 맞춘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기항 도서지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외딴섬에서 살아간다고 이들이 소외받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돼서도 안된다. ‘단 한명의 국민도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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