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내년 4월 총선이 8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니나다를까 정치권에서는 선거구도를 장악할 수 있는 각종 이슈몰이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우선 야당 입장에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적극적인 대정부 공세의 재료로 사용하는 모양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발생 12년 만에 방류를 개시한 일본은 내년 3월까지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 정도를 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0년가량 오염수 방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류 개시에 따라 여야 여론전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아마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한풀 꺽이는듯 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도 여전히 여야의 격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뿐인가. 채상병 사망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해병대 수사단장 외압 논란’도 여당에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당의 입장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총선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도 진행형의 이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총선 승리를 위해 여야가 매달리고 있는 여러 이슈들에 정작 민생 문제는 빠져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이 여전한데 국민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유권자인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단지 선거를 치르기 위해 그들만의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을 어루만지는 정책 대결의 장이 돼야 할 정치권은 갖가지 이슈에 올라타 서로를 악마화하며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지난 24일 금통위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를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는 우려사항으로 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가계부채는 10조원이 늘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원, 이 중 주담대가 1031조원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다.

기업의 경우도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작년 말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14.4%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실적을 개선시키려면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생산·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채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올 6월말 기준 국가채무는 1083조원, 명목 GDP의 절반 수준인데 문제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 위험마저 경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도 올해 세수 결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6월까지 83조 적자인데, 연말로 가면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기업과 가계의 사정이 나빠졌으니 세수 결손은 당연한 일이다.

통계청의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명목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이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지출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빚이 많은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각 경제주체가 당면한 현실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총선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자극적인 구호가 판치며 마타도어는 유권자들을 현혹할 것이다. 폐습적인 지역감정도 되살아나 저질 선거에 정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보다 네거티브 정치공학으로 충분히 유권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암울한 우리의 정치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현명한 유권자뿐이다.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이슈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세력이 있다면 우선 걸러야 한다. 정직하게 위기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미래형 정치세력을 발굴해야 한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생이 곧 정치’라는 철학이 대한민국에 뿌리내리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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