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20대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흡사 2017년 ‘미투 운동’을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이 이렇게 참담한 지경까지 붕괴됐다는 사실에 사회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재 없는 학생에게 이를 시정하라 지시했는데 되레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교사, 교사에게 매일 모닝콜을 요구했다는 학부모, 한 특수학교 교사는 아이 졸업까지 결혼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무도한 교권 침해 사례는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전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를 보편적 교육 현장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는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이 감내해야 했던 학생과 학부모의 갑질 사례는 쌓이고 쌓여 결국 하인리히의 비극으로 돌아왔다.
24일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생인권만을 주장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현재의 교육환경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판단하고, 교사들의 정당한 교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데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교사와 학생 모두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며 교육 현장에서 상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권이 상실됐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 장관의 발언이 우려스러운 지점은 바로 교사와 학생을 대결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는데 있다. 자칫 교사들의 학생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80년대 국민학교에 다녔다면 기억할 것이다. 그 시절 교사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선 안 된다는 권위주의식 교육문화가 만연했다. 교사에게 학생들은 통제와 훈육의 대상일 뿐이었다. 교육적 차원의 훈육이라 강변하며 폭언과 체벌이 정당화됐고, 학생은 절대복종을 강요당했다.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력, 학부모의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작금의 현실과 격세지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의 불합리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교권 침해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학생 인권을 추락시키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심각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교사와 학생은 제로섬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니다.
시대는 변했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패러다임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스승’이라는 단어보다 ‘교사’라는 표현이 더 익숙한 지금, 교권과 학습권 사이의 적절한 관계설정을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학생이고, 학부모이며, 교사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사의 정당한 학습지도를 방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규제와 처벌 등의 행정적 조치는 그다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