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대표 내년 3월 임기 만료…허윤홍 단독 체제 여부 귀추
내부에선 위기 극복 역량 긍정 평가 기류…창사 이래 최대 수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올해 건설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자재비 상승과 금리 부담 등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각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잇단 교체가 어려운 건설 경기를 방증하는 사례다. 쇄신을 앞세운 건설사들은 저마다 미래 전략 수립에 바쁜 연말을 예고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곳은 GS건설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의 위기 극복에 허윤홍 대표이사(사장)가 중간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이번 연말 인사는 오너 경영 역량을 점검하고 승계 완성 시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허 대표는 GS그룹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GS건설 허창수 대표이사(회장)의 장남으로, 2023년 10월 취임했다. 그해 4월 인천 검단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책임 경영 차원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허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 26일까지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20년 건설맨으로서 전문성을 톡톡히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내부에서도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허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1년여 남은 임기는 부자(父子)의 공동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데 무리 없을 시간이라는 업계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허 회장은 회사의 중장기 방향에 대해 자문 역할을 하고, 허 대표는 경영과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단독 대표 체제 전환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허 대표의 부친 허 회장이 여든을 앞둔 고령인데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GS그룹 4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 대표의 보폭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허 대표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사장)와 함께 그룹 차기 총수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GS건설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관계자는 “경영체제 변경은 이사회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판단 영역으로, 현재 관련 내부 논의나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GS건설의 정기 임원인사는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회사 이해관계자의 판단으로 미룬 허 대표의 경영 능력은 이미 합격점을 받은 것과 다름없어서다. 실제 허 대표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GS건설은 검단 붕괴 사고로 기업 이미지 실추와 함께 실적 악화로 몸살을 겪었다. 2023년 매출은 13조4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나,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손실(3879억원)을 기록했다. 사고 수습을 위한 2분기 일시적 비용 5524억원이 반영된 탓이다.
주가도 급락했다. 검단 붕괴 사고 전날(2023년 4월 28일) 기준으로 2만1600원이던 주가는 반년 만에 1만3160원으로 떨어졌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 콘크리트 품질 저하 등 건설 품질 관련 이슈는 브랜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미지 쇄신은 허 대표의 최대 과제였다.
허 대표는 ‘자이(Xi) 리브랜딩’을 통해 쇄신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자이 브랜드를 리뉴얼해 주거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주거 솔루션을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진했던 주가는 현재 2만원에 육박한다.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허 대표 취임 1년 만인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8638억원, 28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4.3% 감소했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신규 수주 실적이 19조91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95.5%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6조740억원을 넘어선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실적이다. 올해 신규 수주는 3분기 누적 12조3386억원으로 가이던스(14조3000억원)의 86.3%를 달성했다.
허 대표가 운영해 온 지난 2년 동안 검단 붕괴 사고라는 최악의 악재를 극복해 냈다는데 안팎의 이견은 없다. GS건설 관계자는 “취임 첫 해 우수한 수주 실적을 이뤄낸 점을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필요한 역할을 허 대표가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안전사고 관리다. 정부가 중대재해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허 대표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선 산재 제로 달성은 필수적이다. GS건설은 허 대표 취임 이후 5명의 사망사고를 기록하며 2024년 당시 10대 건설사 중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냈다. 올 9월엔 서울 성동구 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근로자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해당 사고 현장의 모든 공정 중단, 전 현장의 안전 점검 및 위험 요인 제거를 위한 전사적 특별 점검을 시행했다.
재정건전성 개선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239.9%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허 대표는 최근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에너지회사 타카(TAQA)에 매각하며 유동성 확충과 부채비율 저감에 나서기도 했다. 매각으로 수혈된 자금은 1조677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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