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립되는 신용카드 포인트는 겉으로는 ‘혜택’의 언어를 쓰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자산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령층에서만 150억원이 소멸됐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단순한 사용 편의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권리가 눈에 띄지 않게 약화되는 구조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포인트는 분명 소비자의 결제 행위로 발생한 가치지만, 카드 플랫폼에서는 가장 먼저 증발하는 금융 자산이 된다. 앱 깊숙한 메뉴, 눈에 띄지 않는 소멸 안내, 조회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만, 핵심은 ‘금지 여부’보다 새벽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있다. 이번 논의가 정치·산업의 이해관계에 파묻히는 동안 정작 노동자들의 현실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민주노총이 제기한 0~5시 심야배송 제한안은 과로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야간 고정근무는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쿠팡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분류작업 등 부수 업무가 여전히 기사들에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있다.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기고 휴게시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F학점.’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받은 점수다.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정감사에 F학점을 매기며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 국정감사”라는 혹평을 내놨다. 국회 국정감사 평가는 2023년 C학점, 2024년 D학점을 받으면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13일 막을 올려 지난 6일 마친 17개 상임위원회서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의 막말과 고성, 그리고 정쟁으로 가득했다.국정감사 초반부터 “한심한 XX”, “옥상으로 따라와” 등 낯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올해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폭우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액은 1조848억원에 달했다. 농경지 2만4247헥타르가 침수됐고, 벼와 콩 같은 주요 곡물은 물론 멜론, 수박, 고추 등 40여 종의 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특히 충남·전남·경남 지역의 침수 피해가 두드러졌고, 가축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 양산 없이는 걸어 다니기도 어려울 정도의 폭염이 길어지는가 하면, 불과 몇 달 뒤 매서운 한겨울 찬바람이 들이닥친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 그 근본 원인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새는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다시 꺼냈다.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관련 통계를 조작하도록 외압을 가했다는 감사원의 의심으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1년에 걸쳐 감사를 벌인 뒤 2023년 9월 감사 결과를 근거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은 지난해 3월 국토부 김현미 전 장관과 청와대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125차례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위험 관리 장치다. 사고와 질병, 자연재해, 노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돈으로 나누어 대비하게 만드는 제도다. 목적은 단순하다. 개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사회적, 경제적 방식으로 분산시키는 것.하지만 오늘날 보험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불확실성을 소비자에게 안긴다. 안전망을 제공해야 할 산업이, 정작 그들이 제공하는 보장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보험을 ‘복잡하고 어렵고, 신뢰하기 힘든 금융’으로 평가한다.최근 보험산업은 데이터와 알고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대안이 없는 곳에는 문제가 없다(Where there is no alternative, there is no problem)”미국의 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가인 제임스 번햄(James Burnham)의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갈등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쩌면 카카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카카오는 지난달 23일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친구’ 탭 개편이었다. 가나다순 전화번호부 형태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피드형 인터페이스’로 바
【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대감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수는 반도체주 중심의 상승 랠리에 힘입어 연초 대비 60% 넘게 올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인버스·공매도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상승과 경계가 공존하는 장세다.신용융자는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확대하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손실을 증폭시킨다. 최근 잔액이 23조원을 넘어서며 2021년 ‘동학개미’ 시기를 넘어섰다. 단기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개인 자금의 시장 유입이 ‘현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캄보디아 ‘스캠’(사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K-컬처의 위상에 취해있는 동안, 정작 우리 청년들은 해외범죄단체의 손쉬운 표적이 됐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근본적인 존립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외교력도 국력과 함께 성장해 수십년 전과 비교해 두드러진 발전을 보였다. 올해 경주에서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알릴 수 있을 터다.그
“왜 교촌만 유독 욕을 먹는 걸까요”치킨 한 마리의 무게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최근 교촌치킨이 순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도 가격을 유지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닭다리살 100%였던 원육은 가슴살과 안심 혼합으로 바뀌었고, 700g이던 중량은 500g으로 줄었다.중량은 줄었는데 가격은 그대로여서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느껴지기 충분했고 여론은 싸늘했다. 특히 주문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배달앱 등에서 변경 내용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소비자들은‘한 방 먹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기업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들어 청년들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고립·은둔 위기군을 조기 발굴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 추진되는 등 청년 지원책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탈가정 청년들이 사회의 보호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다. 가정폭력이나 방임을 피해 나온 이들은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더 이상 보호대상이 아니고, 부모의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각종 복지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학창시절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먹던 정갈한 식사.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걸었던 고객센터 전화. 어딘가로 이동할 때 이용했던 깨끗한 지하철역. 모두 우리가 여성 노동자들을 마주했던 순간들이었다.눈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굳이 생색내지 않았다. 그러나 흘린 땀방울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와 때로는 편안함으로, 때로는 따뜻함이라는 감정으로 하루를 채워줬다.그렇다. 허리를 굽히고 무겁고 커다란 기구를 팔로 들어 올리며 여성 노동자들은 사회를 떠받쳤다. 하지만 정작 사회는 이 보은을 알지 못하거나 모
미국의 시인 찰스 부코스키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사랑은 어떤 순간에는 구원처럼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다는 시인의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블랙코미디 같은 표현이겠다. 인플레이션도 비슷하다.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지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경제를 터뜨리는 송곳이 되기도 한다.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시장의 화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국 증시 수준을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고 있다. 실제 시가총액을 GDP로 나눠 미국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두 팀을 합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회사 통폐합은 얼마나 복잡하겠습니까.”석유화학 구조조정 관련 취재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속도를 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데드라인을 의식해 카드만 맞춰보는 상황이 이어질 뿐 실질적 진전은 없다.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석유화학 구조조정안에서 연간 270만~370만t 규모의 에틸렌 감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약 20%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정유사와 화학사의 수직통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정유사와 화학사의 이해관계가 달라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정말로 돈이 없는 사람과 저축을 비롯해 꼭 필요한 안전자금 외의 가용금액이 없다는 의미에서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렇다면 별안간 전재산의 17%만 남게 되는 경우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0%가 아니니 돈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최근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 후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이 투자액은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의 약 83%에 달하는 막대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이 건설업계 상황을 절묘하게 비유했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한 공공주택 사업지에서 정부의 최근 건설사 제재 기조에 대해 “홍역을 한 번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말 그대로 건설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사람이 매년 수백 명씩 죽어 나가는 일이 마치 관행인 양 이어지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건설업계의 이 오랜 지병을 완벽히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예고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지난 15일 발표된 이후 파장이 크다. 반복적으로 산재가 발생하는 건설사의 간판을 내리도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실력이 부족했을지 몰라도 열정·노력·애사심이 부족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안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9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롯데카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조좌진 대표가 한 발언이다. 297만명 고객의 개인정보가 대규모 해킹으로 유출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책임감과 결연한 다짐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대표의 다짐만으로 사건의 심각성이 가려지진 않는다. 유출 데이터는 200GB에 달하며, 이 중에는 28만명 고객의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CVC 번호 등 핵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고객 정보 보호 조치 강화 설명(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첫 브리핑 타이틀), 고객 보호 조치 발표(KT 소액결제 피해 사건 이후 첫 브리핑 타이틀)SK텔레콤의 해킹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KT에서 소액결제 피해 사건이 터졌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침입이라는 통신 보안의 민낯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국민의 통신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그럼에도 초기 대응은 더뎠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최근 통신 3사는 앞다퉈 인공지능(AI) 전환을 선언하며 막대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68년 역사 동성제약이 무저갱 속으로 끝없이 밀려가고 있다. 올해 4월 이양구 전 회장의 지분 매도를 기점으로 경영권 분쟁, 기업회생절차, 상장폐지 심사 등 창사 이래 최악의 국면에 서 있다.이 혼돈의 상황에서 회사 안팎의 권력자들은 ‘누가 회사의 주인이냐’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밀린 월급에 불안을 견디고, 주주들은 주식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작 이들의 고통에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낸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경영권 하나다.특히 이십여 년 회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언젠가 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밀 얘기와 함께 하려고 한다. 쌀과 밀이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쌀은 90% 넘게 자급하고 있지만 밀 자급률은 1%도 안 된다.같은 주식의 위치에 있는데 극단적인 자급률을 기록하는 쌀과 밀을 보면 우리가 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최근 논란이 되는 쌀값 상승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자. 쌀 소비자가격이 20㎏ 기준 6만원이 넘어서 너무 값이 올랐다고들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KAMIS 농수산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