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68년 역사 동성제약이 무저갱 속으로 끝없이 밀려가고 있다. 올해 4월 이양구 전 회장의 지분 매도를 기점으로 경영권 분쟁, 기업회생절차, 상장폐지 심사 등 창사 이래 최악의 국면에 서 있다.
이 혼돈의 상황에서 회사 안팎의 권력자들은 ‘누가 회사의 주인이냐’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밀린 월급에 불안을 견디고, 주주들은 주식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작 이들의 고통에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낸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경영권 하나다.
특히 이십여 년 회사를 경영해 왔던 이양구 전 회장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적자 누적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트린 뒤 스스로 경영권을 내려놨다. 자신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며 회사를 떠난 장본인이, 뜬금없이 경영 복귀를 시사하며 회사를 평지풍파냈다. 직원 급여와 인센티브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사과 한마디도 없다. 회사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전직 오너가 보여준 태도가 고작 ‘경영권 찬탈’이라는 건 비극을 넘어 희극에 가깝다.
설상가상, 이양구 전 회장의 동생들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폭로전을 이어가며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법인 자금을 유용해 개인 채무와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했다”, “대표의 도박성 투자로 회사가 몰락했다”, “아버님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비통하다”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끝없는 폭로전 속에서 모욕감을 느껴야 할 이는 정작 직원과 주주들일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회사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고, 회생 개시 직후에도 월급이 밀리며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착수했고, 인가 전 M&A 방안은 무상감자 가능성으로 주주 반발을 사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길어질수록 회사의 존속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직원의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12일 열리는 임시주총이 어떤 결론을 내든, 이미 피해는 직원과 주주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책임 없는 경영권 놀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회사를 살릴 방안을 내놓을 때다.
관련기사
키워드
주요기획 : [OLDs⑧]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는 아직 터널 안에 있다
좌우명 : 진실에 가까이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