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전 대표, 신생 마케팅 회사에 지분 넘기며 삼촌·조카 싸움 시작
최대주주 된 브랜드리팩터링 ‘주가조작’ 의혹 제기…‘악의적 편집’ 반박

정로환 ⓒ동성제약 공식 홈페이지
동성제약의 복통약 정로환. [사진=동성제약]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복통약 ‘정로환’으로 잘 알려진 동성제약이 창립 6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에 이어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과 현 경영진 간의 주가조작 공방, 오너 일가 간 고소·고발전까지 겹치면서 경영 정상화는커녕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며 동성제약은 사실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동성제약은 1957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 사후 장남 이양구 전 대표가 20여 년간 경영을 맡았으나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실적 악화가 겹치며 지난해 물러났다.

뒤를 이은 이는 그의 조카 나원균 대표다. 1986년생인 나 대표는 이 회장의 외손자로, 미국 에모리대에서 수학·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근무를 거쳐 2019년 동성제약에 합류했다. 이후 해외사업 확대를 주도하며 지난해 대표로 선임됐다.

갈등은 올해 4월 이 전 대표가 보유 지분 14.12%를 설립 2년 차 신생 마케팅사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매각가는 14.8% 낮은 주당 3256원 수준으로 ‘헐값 매각’ 논란을 낳았다.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에 위협을 느낀 나 대표는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 발행으로 맞대응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대표 측은 신주 상장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권 탈환을 추진했다. 나 대표는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5월 회생 개시를 인가했다. 현재 동성제약은 나 대표와 외부 인사가 공동관리인으로 지정된 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주가조작 논란

최대주주가 된 브랜드리팩터링은 동성제약 경영권을 겨냥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나 대표와 원용민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 180억원을 특수관계사 계좌로 빼돌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이 자금이 동성제약 관계사 오마샤리프화장품, 루맥스, 디엔앨커머스 등 특수관계사로 선급형 형태로 유출됐고, 해당 자금이 동성제약 주식 매매를 통한 주가 관리에 사용됐다는 설명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은 동성제약 현 경영진이 “조직적 시세조종으로 주주를 기만했다”고 폭로했다. 위 사진은 브랜드리팩터링이 근거로 제시한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사진이다. [사진=브랜드리팩터링]

반면 나 대표 측은 “악의적 편집”이라며 반박했다. 문제의 메시지는 불법 지시가 아니라, 과거 이 전 대표의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장기간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잇따른 손실과 담보 부족에 직면했고, 이를 메우려 회사 지분과 협력사 명의까지 활용했다는 것이다.

나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해 입사한 원용민 CFO가 당시 이 전 회장의 자산을 관리하던 투자운용사 관계자에게 ‘대여금을 갚으려면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하지만, 블록딜로 던지면 주가 폭락으로 소액주주 피해가 크니 일정 수준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주가조작이 아니라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자금을 빼돌린 주체는 이 전 회장 측이며, 현 경영진은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 정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나 대표 측은 “자금을 빼돌린 주체는 오히려 이 전 대표 측이며, 해당 건은 이미 회생법원에 소명됐다”고 강조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 관계자는 “텔레그램 대화와 관계사 증권계좌 거래가 명확히 일치한다”며 “선급금 지급 직후 반복적으로 거래가 발생한 만큼 시세조종 근거는 충분하다”고 맞섰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주가조작 제기에 나 대표 측이 반박하며 낸 텔레그램방 대화방 사진. [사진=나원균 대표 관계자]
브랜드리팩터링은  나 대표 측이 관계사 등을 활용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으나, 나 대표 측은 과거 이 전 대표의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한다. [사진=나원균 대표 관계자]

브랜드리팩터링 백서현 대표 ‘기업 사냥꾼’인가

이번 논쟁에 갑작스레 등장한 브랜드리팩터링을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설립 2년 차의 마케팅 전문 회사가 제약사의 최대주주로 나선 데다, 대표 백서현 씨는 동시에 코스닥 상장사 ‘셀레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셀레스트라는 최근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비본업 투자와 누적 적자로 경영 실패가 드러나면서, 새 최대주주의 자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유통업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제약사 지분을 인수했다”며 “기업사냥꾼이라는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셀레스트라 논란에 대해서도 “대주주로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단독대표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며 “부외부채가 드러나 불가피하게 조치가 있었을 뿐, (셀레스트라와) 동성제약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형사 고발에 ‘상폐’ 기로

갈등은 결국 형사 고발로 번졌다. 동성제약은 지난 16일 이 전 대표와 브랜드리팩터링 백서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반대로 이 전 대표 측 감사는 현 경영진을 177억 원 횡령 혐의로 맞고소했다.

여기에 상장폐지 리스크도 겹쳤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동성제약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심의한 끝에 퇴출 대신 2026년 5월 13일까지 약 9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 동성제약은 경영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편 등 과제를 이행해야 하며, 실패할 경우 조기 상장폐지 가능성도 있다. 현재 주식 거래는 정지 상태다.

동성제약은 지난 2018년부터 적자 늪에 빠져 있다. 2023년 잠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다시 -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01%다. 사실상 회사 경영이 빚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자금난으로 최근에는 직원 급여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해 이월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적자와 오너 분쟁, 형사 고발, 상장폐지 심사까지 겹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동성제약의 경우 주가조작과 같은 리스크가 큰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소액주주 피해는 물론 기업의 존립도 위태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